전국 판사회의 이후 사법파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던 대법관 임명제청 파문이 진정된 것은 참 다행이다. 대법원장이 소신대로 제청권을 행사하게 되었고, 청와대가 존중의사를 표명한 것도 그렇다. 재빨리 법관 전체의 뜻을 묻는 형식을 취한 대법원의 결단이 주효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전국 법원에서 각 직급을 대표하는 69명의 판사들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대법관 임명제청에 관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의 주류를 이루었다고 한다.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리도 있었지만, 인사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연판장 운동을 펴온 소장 판사들이 흔쾌히 회의결과를 수용한 것은 우리 사회 의사결정의 모범이 되었다.
이번 대법관 임명제청에 일부 법관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의 운동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최종영 대법원장이 19일 전국 법관에게 보낸 이 메일 서신을 통해 내년의 대법관 제청 때부터 이번에 표출된 의견과 바람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큰 수확이다. 오는 25일 임기가 끝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임자에 최초로 여성(전효숙 서울고법 부장판사)을 지명한 것은 이번 파문 이후의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 구성과 운영, 법관인사 운용방식을 개선하겠으며, 법조인 선발과 양성 등 사법발전 전반에 관한 개선의지를 밝힌 것도 적지 않은 성과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사법발전 추진과제를 발표하면서 인사제도 개선을 약속했었다. 처음 구성된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첫 회의 운영 방식과 절차에 관한 일부 위원의 반발이 파문의 시작이었다. 이번 파문이 법관 인사제도 개혁과 사법발전을 위해 입에 쓴 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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