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미국의 B―29 전폭기가 18일 해체 43년 만에 복원, 언론에 공개됐다.'에놀라 게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이 전폭기는 1960년 해체된 뒤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이 보관해 왔다. 원폭투하 50주년이었던 95년부터 3년간은 동체 부분과 보조 날개, 엔진 등 기체 일부를 특별전시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가해자이고 일본이 피해자로 인식될 수 있다"는 퇴역 군인 단체의 비판을 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박물관측은 "미일 양국의 역사에 있어서 이 항공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복원 전시를 결정했다"며 "항공기의 기술적 성과라는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사용된 무기(원자폭탄)에 의해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애칭 에놀라 게이는 당시 기장이었던 폴 티베츠 대령의 어머니의 이름이다. 에놀라 게이는 1945년 8월6일 오전 8시15분 고도 9,632m 상공에서 '홀쭉이'로 명명된 원자폭탄을 히로시마에 투하했다. 우라늄으로 만든 4.5톤의 이 원자폭탄은 투하지점 반경 3㎞를 초토화했고, 14만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에놀라 게이는 사흘 후 나가사키(長崎) 원폭 투하 때는 기상정찰기로서 사용됐다.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은 12월 15일부터 이 비행기를 일반인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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