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공포'가 주류를 이룬 올 여름 극장가에 피범벅된 스크린으로 무장한 공포영화 두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할리우드산 '데드 캠프'(22일 개봉)와 프랑스산 '엑스텐션'(29일 개봉)은 하드코어로 분류될 만한 매우 자극적인 난도질(슬래셔) 영화.울컥! 스크린에서 피냄새가 나는 듯해 속이 뒤집힌다. 입 안의 침마저도 비릿하게 느껴진다. 영화 속 살인마는 전기톱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난도질해 스크린을 피범벅으로 만들어 놓는다.
프랑스 신예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가 만든 '엑스텐션'(Xtension)은 관객을 극도의 긴장감으로 몰아넣는 공포영화다. 시골에서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알렉스(메이밴) 가족에게 어느날 돌풍처럼 이유없이 살인마(필립 나옹)가 들이닥친다. 가족을 처참하게 몰살한 살인마는 알렉스를 납치해 사라진다. 놀러왔다가 숨어서 살인 행각을 지켜본 메리(세실 드 프랑스)는 알렉스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살인마의 뒤를 쫓는다. 아슬아슬한 순간을 여러 차례 넘긴 메리는 친구를 위해 철조망을 감은 각목을 집어들고 살인마와 맞선다.
줄거리만 보면 '13일의 금요일'처럼 전형적인 연쇄살인마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러나 관객의 허를 찌르는 것은 막판 반전이다. 지금까지 관객이 지켜본 것은 모두 사라지고 '누가 범인일까'란 수수께끼만 남는다. 수수께끼가 풀리는 결말은 끔찍하고 충격적이며 슬프다.
직접 각본을 썼다는 감독은 관객의 피를 말리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
카메라도 시종일관 쫓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시야가 좁은 닫힌 화면을 보여준다. 문 틈으로 내다보거나 벽 뒤에 숨어서 바라보는 답답하고 불안한 영상은 관객을 쫓기는 사람처럼 긴장하게 만든다. 음악마저 관객의 신경을 자극한다. 살인마가 틀어대는 라디오와 인질의 목숨을 희롱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더없이 부드러운 샹송들이다. 강도 높은 자극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는 선물이다. 그러나 피 냄새가 너무 진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안보는게 좋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가수 존 덴버는 웨스트 버지니아를 '천국에서 가까운' 곳이라고 노래했다('Take Me Home Countryroads'). 블루리지 산밑으로 셰난도 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자연을 꿈꾸며 이 노래를 듣던 이라면 영화 '데드 캠프'(원제 'Wrong Turn'·감독 롭 슈미트)가 한층 더 오싹하게 다가올 듯하다. 웨스트 버지니아 주의 광활하고 깊은 숲에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마가 도로에 덫을 쳐놓고 매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입부 20분 동안 관객을 단숨에 숲속으로 끌고 가는 속력이 대단하지만 그 이후는 '13일의 금요일' 류의 80년대식 공포영화 답습으로 끝난다. 식인마들의 엽기적인 용모와 그에 뒤지지 않는 즐비한 시체 장면 등을 견디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
길을 잃은 한 사내가 숲속 도로에서 캠핑카와 충돌한다. 차는 고장 나고 핸드폰은 안 터지는 상황에서 살인마가 다가선다. 일행과 떨어져 섹스를 하거나 마약을 즐기는 이는 죽게 되며, 살인마는 관객들이 안심할 무렵에 다시 살아난다는 식의 상투적인 공포영화 공식이 약점이자 강점이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 차례로 일어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공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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