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전시회에 초청을 받으면 고민스럽다. 결혼식이면 축의금을 내고, 아기 돌이라면 금반지를 줄 텐데 전시회에는 도대체 뭘 준비해야 한단 말인가.아무리 생각해봐도 꽃다발 밖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전시회장 근처에 가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꽃가게가 기다리고 있다. 이 꽃이 좋을까, 저 꽃이 좋을까, 리본은 이 색이 좋을까, 저 색이 좋을까 고심, 고민하다가 마침내 결정을 내린다. 전문가의 능란한 손놀림으로 근사한 꽃다발 하나가 태어난다. 가격은 축의금이나 돌 반지보다야 싸지만 그렇다고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액수는 아니다.
꽃다발을 들고 전시회장으로 들어가면 화가가 입구에서 반겨준다. "와줘서 고마워." 꽃다발을 건네면 고상하신 화가께서는 우리가 고심과 고민 끝에 마련한 그 아름다운 꽃다발에 눈길 한 번 안 주고 자기 할 말만 한다. "한 번 둘러 봐. 전시 준비하느라 죽는 줄 알았어."
'한 번 둘러' 보는 사이 우리는 화가가 꽃다발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곁눈질하게 된다. 화가는 무심히 누군가에게 꽃다발을 넘기고 우리의 그 아름다운 선물은 어느 귀퉁이에 무수한 다른 꽃다발과 함께 처박힌다. 다시는 꽃다발을 사나 봐라 하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우리는 다시 꽃다발을 사고 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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