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 사는 주부 이모(38)씨는 최근 구가 운영하는 청소년수련원의 수영 강습에 등록하려다 낭패를 당했다. 40여분이나 기다린 끝에 신용카드로 접수하려 했지만 거부당한 것이다. 이씨는 "민간업소뿐 아니라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도 웬만하면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며 "아직 카드 결제 준비가 안됐다는 직원의 답변에 분통이 터졌다"고 말했다.체육센터나 문화센터, 청소년 수련원 등 자치구가 운영하는 편의시설의 대부분이 카드 결제를 외면하고 있다. 카드 사용이 일반화한데다 정부 역시 이를 독려하고 있지만 자치구 위탁 운영기관은 "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성북구의 체육시설과 문화센터 등을 위탁운영하는 성북구 도시시설관리공단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카드 결제를 요구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주민은 "회사에서 체력 단련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반드시 카드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성북구 공단이 카드 수납을 거부해 가까운 구민체육시설 대신 멀리 있는 사설 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동작구 사당문화회관에서 강좌를 듣는 김모씨도 동작구 도시시설관리공단 게시판에 "탈세를 막기 위해 정부가 권장하는 카드 사용을 이곳이 마다해도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구로구민체육관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주민은 "두 아이의 수영, 발레 강습료로 월 10만원을 내고 있다"며 "카드 사용이 금지돼 현금 부족시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현재 양천구를 제외한 서울시내 자치구 대부분은 카드 결제를 허용하지 않거나 일부 고액 강좌에 한해 부분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카드 결제를 하지 않는 이유는 한결 같다. 수수료 부담과 업무량 증가다. 강북구 도시관리공단측은 "카드 수납을 하면 연 1,000만원 가량 수수료(결제 대금의 3%)가 지출되고 카드 사용에 따른 전표처리, 환전처리 등 업무량이 늘어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운영비 증가 요인이 돼 서비스 질 저하 등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 도시시설관리공단의 관계자도 "정부의 카드사용 장려는 세원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영리업체가 아닌 공공시설이 카드를 받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김모씨는 "카드 수납은 고객에 대한 배려와 서비스"라며 "수수료 지출도 수익을 감추려는 일부 몰지각한 상인들이 둘러대는 이유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자치구 공단 등은 여러 이유로 '카드 결제 불가'의 이유를 설명하려 하지만 2월부터 카드 결제 납부 방식을 도입한 양천구의 사례를 보면 타당성이 떨어진다. 카드 결제 대금이 전체 강습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편의성 확대에 따른 이용자 증가로 수수료 지출액을 상쇄할 수 있다고 양천구 관계자는 말한다.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카드 결제액은 전체 강습료의 10∼15% 수준으로 결제 후 2, 3일 후 공단으로 들어온다"며 "수익 감소가 눈에 띌 정도가 아니어서 수강료를 올리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종로구의 한 관계자는 "카드 결제 도입을 위해서는 구 조례를 고쳐야 하는 등 할 일이 많다"며 "구민 민원을 살핀 뒤 구청이나 위탁운영업체가 협의, 구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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