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가장 뜨거운 한 쌍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즈가 공연한 제작비 5,400만 달러짜리 로맨틱 범죄 코미디 '질리'(Gigli)가 개봉 두 주만인 10일 달랑 560만 달러의 총수입을 내고 흥행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개봉 전부터 나쁜 소문과 함께 비평가들의 끔찍한 평을 받은 이 영화는 촬영 중 애플렉과 로페즈가 실제 연인이 되면서 화제가 됐다.비평가들로부터 이렇게 질타를 받은 영화도 보기 힘든데 월스트리트저널은 100년만에 보는 나쁜 영화, LA타임스는 봐 줄 수도 없고 제목도 발음하기 불가능한 영화, 뉴욕 데일리 뉴스는 10달러를 아끼고 당신의 품위도 지키시라고 했다. 필자는 애플렉과 로페즈에게는 축복일지 모르나 관객에게는 형벌 같은 영화라고 평했다. 이 영화는 조폭의 두 하수인인 애플렉과 로페즈가 납치한 연방검사의 정신박약자 동생을 감시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강렬한 스타 파워를 지닌 두 사람이 나온 영화가 흥행에서 이렇게 죽을 쑨 것도 드문 일이다. 실제 연인들이 공연하는 영화는 장사가 잘 안된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실제 부부이거나 연인인 배우들이 주연한 영화로 최악의 흥행수입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마돈나와 숀 펜이 주연한 '상하이 서프라이즈'로 총수입 230만달러였다. 흥행 보증수표인 톰 크루즈가 부인 니콜 키드만과 공연한 두 영화 '파 앤드 어웨이'와 '아이즈 와이드 셧'도 각기 총 흥행 수입 5,890만 달러와 5,570만 달러를 올리는데 그쳤다.
또 영화 촬영 중 연인 사이가 되었던 멕 라이언과 러셀 크로 주연의 '프루프 오브 라이프'는 3,260만 달러, 라이언과 남편 데니스 퀘이드가 공연한 '이너 스페이스' '육체와 뼈'는 각기 2,590만 달러와 970만 달러 밖에 못 벌어 들였다. 벤 애플렉과 당시 그의 애인이었던 기네스 팰트로가 공연한 '바운스'의 흥행수입은 3,680만 달러였다. 이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TV와 잡지 표지를 통해 지겹게 보는 할리우드 커플을 구태여 돈을 내서 볼 이유가 어디 있는가" 하고 말한다.
애플렉과 로페즈에게 남은 큰 문제는 둘이 공연한 또 다른 영화 '저지걸'(Jersey Girl)의 흥행 성공 여부. 배급사인 미라맥스는 당초 연내 예정이던 영화의 개봉을 내년 3월로 미뤘다. 이 영화 역시 로맨스 영화이긴 하나 로페즈는 애플렉의 아기를 낳으면서 일찌감치 죽는 내용으로, 둘이 사랑의 불길을 태울 시간이 없어 흥행이 좀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 동네의 얘기다.
/LA미주본사 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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