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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82>가르시아 로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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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82>가르시아 로르카

입력
2003.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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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이 터지고 얼마 뒤인 1936년 8월19일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고향 그라나다 부근의 한 과수원에서 프랑코 반란군에게 살해당했다. 38세였다. 그를 쏘아 죽인 군인들은 자신들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 한 사람의 생애를 끝장내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리라. 물론 그걸 알았다고 해도 그들이 마음을 바꾸었을 것 같지는 않다. 전쟁과 살육의 광기 속에서, 그 분노와 공포와 증오 속에서, 예술적 재능이라는 것이 얼마나 값나가 보이겠는가.가르시아 로르카는 극작가로서도 어엿하다. 팔자 사나운 여자들의 삶을 그린 '피의 결혼' '예르마' '베르나르다 알바가(家)'가 흔히 그의 3대 비극으로 꼽힌다.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는 김지하를 연상시키는 바가 있다. 두 사람 다 본질적으로 정치시인이라기보다 뛰어난 서정시인이었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파시스트들에게 험한 꼴을 당했다는 점이 그렇고, 자기 고향의 전통적 연행예술의 리듬을 시 속에 옮겨온 것도 그렇다. 시를 솟아나오게 하는 힘으로서 가르시아 로르카가 설정한 소위 '두엔데'도 김지하의 신비주의와 어울리는 바가 있다.

가르시아 로르카의 고향 그라나다는 아름다운 도시다.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기타 독주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소재가 된 알함브라 궁전이 바로 거기 있다. 그 곳 사람들은 고향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그라나다의 장님"이라는 속담에 담았다. 오늘의 주인공 가르시아 로르카도 자기 고향을 이렇게 불멸화했다. "그 빛깔은 은색, 진한 초록빛/ 라 시에라, 달빛이 스치면/ 커다란 터키 구슬이 되지/ 실백편나무들이 잠 깨어/ 힘없는 떨림으로 향을 뿜으면/ 바람은 그라나다를 오르간으로 만들지/ 좁다란 길들은 음관이 되고/ 그라나다는 소리와 빛깔의 꿈이었다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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