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발표된 상반기 국내 기업의 영업실적은 경기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 지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최근 지표 호전 기미를 근거로 지난 1·4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심화한 기업실적 악화는 3분기부터 경기회복세를 타고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금융업 침체가 실적악화 주범
대부분 상장기업은 1분기 보다 2분기 실적이 더욱 악화했다.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분기보다도 각각 27.4%와 7.3%가 줄었다.
특히 제조업은 내수 부진을 수출 호조로 일부 상쇄했으나, 금융업은 2분기에만 6,529억원, 상반기 전체로는 8,631억원의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금융업의 실적악화는 신용카드 연체율 증가,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생긴 부실 채권에 대해 대손충담금을 대거 적립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제조업의 경우 2분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84%로 1,000원어치를 팔아 78원을 남기는 데 그쳐, 1분기의 95원에 비해 수익성이 더 나빠졌다. 이에 따라 2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 전체의 22.2%인 117개로 상장사 5개 중 1개사 꼴을 넘었으며, 이중 절반에 가까운 54개가 적자전환 기업일 정도로 경영 악화가 심각했다.
772개 등록기업은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62.0%와 90.3%나 줄고 10개 기업 중 4개 꼴에 가까운 286개사(37.0%)가 적자를 기록해 상장기업보다 더 심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소기업일수록 경기침체의 파고를 넘기가 힘들고, 코스닥에 몰려 있는 정보기술(IT)업체들이 닷컴 한파의 영향권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의 상장기업 실적은 2001년 이후 최악이며, 순이익 감소폭이 두드러진다"며 "그러나 순이익의 급감은 기업의 설비투자활동에 따른 순이익 조성여력이 실종된데 따른 것으로 향후 영업이 호전되면 급증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3분기 개선 기대
최근 국내외 실물 경제지표 호전에 따른 경기 회복론이 확산되면서 기업 실적이 3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6월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7.8% 증가하고 경기선행지수가 14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이 같은 가능성의 근거로 삼고 있다.
미국도 7월의 산업생산이 시장의 당초 예상 0.2%를 웃도는 0.5%가 늘어나며 3개월 연속 증가하고 물가와 고용 지표도 일부 개선되면서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하반기에는 반도체,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등 IT 업체와 2분기에 충당금을 많이 쌓은 금융계의 호조로 30% 내외의 영업이익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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