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몰래 카메라'에 개입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수사팀이 현재까지 진행한 수사 상황을 보면 문제의 청주지검 K검사가 몰카에 연루됐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K검사는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박모(46·여)씨와 사건 당일 집중적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박씨를 통해 양 전 실장의 청주 방문을 사전에 전해 들었고, 사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일 K검사와 박씨의 통화는 박씨와 술자리에 참석했던 전 민주당도지부 간부 김모씨와의 통화 직후 릴레이 식으로 이뤄져 의혹을 사고 있다.
이는 K검사가 시간대 별로 술자리 상황을 전달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K검사가 어떤 식으로든 몰카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게 수사팀의 분석이다.
그러나 K검사는 "수사 대상인 키스나이트클럽 이원호씨의 비리를 캐기 위해 박씨에게 정보 수집을 부탁했을 뿐 몰카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용의선상에 오른 박씨와 김씨도 개입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K검사와 용의자들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몰카 개입 정황을 입증할 물증이나 증인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아직까지 수사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여전히 K검사의 연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용의자들과의 통화 내용을 집중적으로 캐묻고 있다. 수사팀은 K검사가 자신의 주장대로 몰카 제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면 사후에라도 몰카의 존재를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사건브로커로 알려진 박씨가 K검사와 관계없이 몰카를 기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K검사의 연루 의혹이 알려지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K검사의 개입을 가정할 경우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여러 가지 설 가운데 가장 지배적인 견해는 이씨의 의혹을 수사하면서 외부 압력에 부딪치자 이에 대항하는 카드로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방위 로비를 벌이며 수사망을 피해가려는 이씨를 반드시 잡아넣기 위해 몰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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