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 철에만 여는 냉면집, 겨울에는 문 닫는 추어탕집. 대구시청 인근의 부산안면옥과 상주식당은 특정 시기에만 문을 여는 '계절 식당'이다.냉면 전문 식당인 부산안면옥(053―652―5646)은 날씨가 따스해지는 4월1일 손님을 맞기 시작, 추석 때면 어김없이 문을 닫는다. 그러기를 15년째. 주인 방수영(73)씨는 6개월은 문을 닫고 세계 각지를 배낭 하나를 메고 누빈다.
"겨울에는 추워서 냉면 먹으러 오는 손님이 많지 않어! 차라리 쉬는게 낫다고 판단했지." 대신 여름에는 손님들이 줄을 선다. 이 집의 살아 있는 냉면 맛을 보기 위해서다.
평양 출신인 방씨는 물냉면은 시원하고 담백한 평양식, 비빔냉면은 매운 함경도식 냉면을 내놓는다. 물냉면은 직접 갈은 메밀 가루에 고구마 분말을 섞어 만든 면을 사용하고 비빔냉면은 고구마 전분을 사용, 질긴 것이 고향 맛 그대로다. 맛을 아는 사람들이 단골로 찾는 이유다.
무엇 보다 재래식으로 큰 솥에서 끓여 만든 육수가 이 집의 전매특허. 끓여서 식힌 후 냉장시켜 내놓아 얼음을 넣어 차갑게 한 육수와는 농도에서 대번 차이가 난다. 한 그릇 5,000원. 고객에 보답차원에서 원가 그대로 내놓는다는 돼지고기 제육은 4,000원.
동성로에서 경상도식 추어탕을 50년간 고수하고 있는 상주식당(053―425―5924) 역시 3월에 문을 열어 12월말에는 영업을 중단한다. 겨울에는 주재료로 쓰는 자연산 미꾸라지가 집히지 않아서다.
메뉴는 단 한가지, 추어탕이다. 반찬은 물김치와 양념김치 단 두가지. 추어탕을 보면 멀겋다. 된장 색깔이 나는게 익숙한 추어탕인데 맛은 기대와 달리 담백하다. 미꾸라지를 푹 삶아 채로 밀어 살만을 추려서 그런지 하얀 고기 살점이 살아 있는 듯하다. 소 곱창이 같이 들어가 있는 것도 이채롭다. 물을 맑게 쓰는 것이 특징인데 국물이 멀겋게 보이지만 맛을 보면 깊고 진하다.
2대째 이 집을 꾸리고 있는 안주인 차상남(62)씨는 "깔끔하고 개운한 뒷맛 때문에 단골이 많다"며 "웬만한 정치인 중에 이 집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귀띔한다. 서울에서 오는 손님도 적지 않다. 고냉지에서 재배되는 쪽배추만 김치 재료로 사용한다. 5,000원.(공기밥 따로) 마루와 천장, 벽에 붙여진 신문지까지 옛날 한옥 그대로의 모습은 이 집의 긴 역사를 말해 준다.
/대구=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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