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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 수지金 유족들 "피맺힌 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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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 수지金 유족들 "피맺힌 16년"

입력
200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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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리 옥분 언니를 간첩으로 몰아세우는 바람에 우리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15일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낸 수지김(한국명 김옥분)씨 유족들은 한결같이 "지난 세월의 신산스런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울먹였다. 수지김씨 유족들의 불행은 1987년 국가안전기획부가 그의 살해사건 전모를 파악하고도 간첩으로 몰면서 시작됐다. '간첩가족'이라는 누명을 쓰는 바람에 무고한 일가족이 국가에 의해 두번 죽임을 당한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뒤로 6명의 수지 김씨 형제자매는 간첩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나같이 실직과 이혼을 당해야 했다. 참담한 생활 끝에 억울한 죽음을 맞기도 하는 등 평온한 생활을 하는 형제가 하나도 없을 정도다. 수지김씨의 언니는 87년 당시 전매청에 다니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었으나 별안간 간첩가족으로 몰려 해고를 당한 뒤 정신이상까지 생겨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자녀들은 간첩 이모를 뒀다는 이유로 취업도 못한 채 궁핍한 생활에 허덕여왔다. 수지김씨의 오빠는 주변의 비인간적 대우를 참지 못하고 술만 마시며 지내다 2000년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했다.

네명의 여동생들도 마찬가지여서 한 여동생은 남편과의 계속된 불화로 이혼을 당하고 현재 딸과 함께 단칸방 생활을 하면서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홍콩에서 수지김씨와 함께 살기도 했던 또 다른 여동생은 안기부의 끈질긴 이혼강요로 이혼하겠다는 어이없는 진술까지 해야했다. 다른 여동생들도 수지김씨의 가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이혼을 당하는가 하면 남편의 폭행에 시달린 끝에 대인공포증을 안고 산중 생활을 하는 등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유족들은 사건 발생 15년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내면서도 인지대를 마련하기가 어려워 독지가의 도움을 받고 법원에 소송구조 신청까지 낼만큼 경제적으로 피폐해져 있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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