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롱브 봉센느가 엮은 '불문학에 나타난 사랑 모음집'(스톡출판사)은 불문학에 나타난 사랑의 장면을 간단한 작품 소개와 함께 발췌한 모음집이다. 중세 소설 '트리스탄과 이졸데'부터 20세기 초 레이몽 라디게의 '육체의 악마'에 이르기까지 68명의 프랑스 작가들이 묘사한 사랑의 모습을 두루 보여 준다.성배 이야기와 더불어 중세에 가장 많이 읽힌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사랑의 묘약을 마신 두 연인이 죽음에 의해 마침내 하나가 되는 숙명적 사랑을 다루고 있다. 12· 13세기에 불어뿐만 아니라 독어 영어 등 여러 언어로 쓰여졌고 판본도 다양하다. 중세 시대의 이 절대적 사랑은 장면 묘사가 극히 단순하다. 중요한 것은 육체적 행위보다 사랑을 위해 이겨내는 어려운 시험과 죽음을 무릅쓴 모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랑의 개념은 18세기 들어 감각과 감성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면서 급격히 바뀌기 시작한다. 이 시대에 각색된 중세 소설은 원래 몇 줄로 충분했던 사랑의 장면이 수 쪽으로 늘어난다. 반면에 완전한 사랑을 위한 시험과 극복의 과정은 극도로 줄어들거나 필요성을 아예 잃어 버리게 된다. 이 책은 18세기 작품으로 디드로의 '수녀', 사드의 '쥐스틴 혹은 덕의 불행들',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등을 골라 보여준다. 이 소설들은 성직자의 사랑 혹은 불륜의 관계를 좀더 직설적 언어로 길게 묘사하고 있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남녀 사랑의 심리를 묘사한 대표적 소설인 스탕달의 '적과 흑'은 금지된 사랑을 보여준다. 덕망 있는 레날 부인과 그 집의 가정교사로 미모와 야망을 겸비한 줄리앙 소렐의 정열적이고 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프레드릭 쇼팽과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조르쥬 상드의 '그녀와 그'는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여성의 입장에서 다룬 작품이다. 1857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는 도덕성의 훼손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낭만적 소설을 읽는 것으로 시골 생활의 지루함을 달래던 여주인공은 두 젊은 남자의 정부가 되어 시시한 일상에서 탈출하려 하지만, 욕망의 충족에 그치는 쉬운 관계로 인해 사랑의 환상에서 깨어난다. 20세로 요절한 레이몽 라디게의 '육체의 악마'는 16세 소년과 약혼자가 있는 18세 여인의 사랑을 시적인 묘사, 사랑에 관한 숙고와 함께 신선하게 들려준다.
피가로지는 지난해 말 출판된 이 책을 최근에 나온 '중세부터 현재까지 사랑에 관한 가장 아름다운 시 모음집'(장 오리제 엮음, 쇠르쉬 미디 출판사)과 함께 소개하면서 현대 작가들에게 사랑의 장면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물었다. 그들 대부분이 사랑의 표현은 외설적으로 될 때 실패한다고 답한다. 이 책이 발췌한 사랑의 장면들 역시 그 신비를 모두 드러내려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조혜영 재불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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