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8주년을 맞이했는데도 일제의 핵심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이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무엇보다 가슴 아픕니다."민족문제연구소가 2005년 광복 60주년에 맞추어 발간할 계획으로 추진중인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이 사업 시작 2년이 지나도록 일반 국민과 정부 당국의 무관심으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과거사 청산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질적 사업추진을 위한 자금 모금 등에는 국민이나 정부 당국 모두 소극적이어서 과거사 청산 작업의 핵심인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이 당초 일정대로 추진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15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01년 말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시작된 사전 편찬사업에는 각종 현지 조사와 집필, 출판에 이어 각종 자료의 데이터베이스(DB)화까지 150억원이 필요한 데도 현재까지 모은 기금은 일반 국민들의 성금이나 정부지원 4억원 등을 포함해 겨우 10억여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2002년과 올해 각각 2억원씩 이뤄졌던 정부의 예산지원도 내년부터는 불투명한 상태다. 국사편찬위원회가 2억원 규모의 한일 역사 연구 예산지원에 대해 반대의견을 결의, 국회의 통과가 어렵게 됐기때문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친일인명사전의 집필과 출판에만도 30억원 정도가 드는데 정부 지원마저 끊긴다면 이 사업은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르는 장기과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자금난으로 이미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연구소가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은 중국과 만주, 연해주, 일본 등 해외 친일 단체 편람집 간행.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한 5개년 계획 가운데 2차연도 사업의 일환이다. 하지만 자금이 없어 올해 계획된 일본현지조사는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또 자금난과 연구인력 부족으로 지방 면장까지 포함하려고 했던 친일인사 조사 계획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조 사무총장은 "사전을 2005년까지 펴내려면 최소 10명의 상근인력이 필요한데도 현재 3명 밖에 없고, 자료를 별도로 보관할 장소마저 구하지 못해 사실상 사전 편찬 작업이 중단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 윤경로 수석 부위원장은 "정부나 국회가 이 사업에 지원할 특별 예산을 책정, 일괄 통과시켜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 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구체적인 추진력이 부족하면 공염불에 그치는 수밖에 없는 만큼 국민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 모금에 동참해주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계속 현재로 남아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며 "적절한 자금 지원만 있으면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