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불사를 교리로 내세운 한 종교단체의 신도가 9명이나 살해돼 암매장됐다는 뉴스는 충격적이다. 발굴된 시신은 이 숫자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국 여러 곳에 암매장했다니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얼마나 더 많은 시신이 나올지 모른다. 이 단체의 실종자대책협의회는 실종자가 17명이나 된다고 말하고 있다.문제의 종교단체는 1995년에도 신도 살해·암매장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여전히 종교라는 이름으로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었으니 놀라운 일이다. 10여년 전부터 실종은 물론 폭행, 헌금강요, 강제노역 등에 관한 진정서가 수없이 들어왔는데도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탓도 크다. 교주가 사기혐의로 구속된 뒤 교세가 위축된 것처럼 보였으나 목숨까지 빼앗으며 배교자(背敎者)를 징벌하는 행태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암매장 사건을 폭로하겠다며 돈을 뜯어내려 한 협박범이 없었다면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의 종적은 영원히 미궁에 빠질 뻔했다.
검찰이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긴급체포한 교주의 살인교사 혐의를 입증하는 것인데, 이런 단체의 속성상 쉽게 마무리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철저히 수사해 종교를 빙자한 범죄가 재발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관광부를 비롯한 행정기관도 종교단체의 문제에 좀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종교의 자유야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하지만, '몸에서 마귀의 피를 빼면 차에 치여도 죽지 않는다'는 식의 허황한 영생불사론에 의지하는 사람들도 큰 문제다. 이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잘못된 종교단체에 들어가면 가정이 풍비박산되는 것은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시절이 수상할수록 이런 종교단체들이 발호하기 마련이다. 교리나 신앙행태가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 종교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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