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전 사태는 발전·배전망 내 한 지점에서 촉발돼 여름철 더위로 과부하 상태였던 전력 공급망 전체를 마비시킨 것으로 보인다.원인에 대해 주장이 분분하지만 현재까지 확증된 것은 없다. 테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캐나다 국방부는 미국·캐나다 접경 나이애가라 폭포 인근 미국 측 모호크 발전소가 벼락을 맞아 사태가 촉발됐다고 주장했고, 총리실은 뉴욕주 콘 에디슨 발전소 화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존 맥컬럼 국방장관은 펜실베이니아주의 5개 원자력 발전소에 이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을 내놓았다.
하지만 미국은 모호크 발전소에 벼락이 떨어진 적이 없고 펜실베이니아주 원전도 정상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미국은 캐나다 측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캐나다 퀘벡주에서 낙뢰가 발생했는데도 발전소 가동을 중지하지 않아 미국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원인 규명이 어려운 것은 동서 1,000㎞, 남북 800㎞나 되는 피해 지역 전력 공급망이 하나로 얽혀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이 어떻든 순식간에 미 동북부 전역이 마비되는 사태로 확산된 데에는 노후된 전력 공급망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전력 기업들은 미 전역을 크게 3개 지역으로 나눠 3,170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자에게 공급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한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해 과부하가 걸리면 같은 체계에 속한 발전소가 여유 전력을 공급해 주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공급을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미 북동부 공급망의 경우 전력을 차단하기는커녕 오히려 전 시스템이 과부하로 다운되고 말았다.
브루스 월렌 버그 미네소타주립대 교수는 "동일 공급망에 있는 발전소와 배전망이 여름철 수요 증가에 맞춰 최대 용량으로 전기를 생산·공급 중이어서 문제가 촉발된 지점의 전력을 차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들이 경제 논리에 집착, 전력 예비율을 여유 있게 유지하지 않은 채 관리비를 줄일 목적으로 노후시설을 교체하지 않는 데서도 원인을 찾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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