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대중의 지지를 통해 탄생한다. 대한민국 미남의 변천사를 쓰는데 연예계 스타들을 표본집단으로 하는 것은 그들이 당대의 미의식을 반영하는 얼굴이기 때문이다.국내 얼굴연구분석의 권위자인 한서대학교 얼굴연구소 조용진 소장이 역대 미남스타 12인의 얼굴을 분석했다. 조 소장은 “50,60년대 서구지향적 가치관의 산물인 서구형 얼굴에서 80,90년대 한국형 얼굴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은 관념적 얼굴로 한국 미남형이 점차 바뀌고있다”고 말했다.
60년대 : 신성일 남궁원 = 한국전쟁 이후 미군문화의 영향으로 서구문화는 무조건 우수하고 좋다는 가치관이 사회전반에 형성되면서 서구적 외모가 미남의 전형으로 평가됐던 시기.
신성일과 남궁원은 눈썹이 진하면서 눈썹부위가 돌출되어 있어서 강한 인상을 준다. 눈썹부위의 돌출은 평균 한국인의 얼굴에서는 아주 드문 형태. 또 눈이 크며 눈 사이, 정확하게 말하면 동공간 거리가 멀다. 이마도 좌우로 넓고 세로는 좁아 서양인들에게서 흔히 보는 M자형 이마를 갖고있다. 턱은 완만한 사각에 두툼하다.
70년대: 남진 = 아직 서구적 취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면서 박정희 정권 말기의 억눌린 사회분위기가 강한 남성미를 강조하게 만들었다. 남진은 외모는 신성일 남진과 비슷한 서구형이지만 느낌은 훨씬 평민적이고 거칠다.
80년대 : 강석우 손창민 = 경제성장의 시대. 먹고 살만한 윤택한 사회일수록 남성들의 터프한 매력은 빛을 잃는다. 이전 시대라면 ‘기생오라비 빛같다’ 소리를 듣기에 딱 좋은 젊고 유약한 스타일이 인기.
대표적인 케이스가 강석우다. 눈까지는 서양형 얼굴의 흔적을 보여주지만 코부터 확연히 전시대 미남들과 구분된다. 코가 짧고 턱이 작아진 것. 이런 얼굴들은 대체로 나이보다 젊어보인다. 손창민의 경우도 인중이 짧아 어딘가 유약한 느낌을 준다.
90년대 : 정우성 배용준 장동건 =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일어나면서 남성의 미가 완연히 한국형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형태미 보다는 표정미가 중요시되면서 ‘해맑은 이미지’ 등 한때는 모욕이었을 표현이 미남에게 적용된다. 배용준이 대표적. 눈썹은 얇고 덜 진하면서 얼굴 골격도 전체적으로 작아졌다.
또 이마는 한국인의 원형이랄 수 있는 동그란 아치를 그린다.
정우성은 보다 더 한국적인 얼굴이다. 고구마형 두상이다. 장동건은 60년대 서구적 미남형을 계승한 얼굴이다. 쌍거풀 진 커다란 눈, 윤곽이 뚜렷한 입술, 높고 긴 코 등. 그러나 전체적 윤곽은 훨씬 부드럽다.
2000년대 : 원빈 안정환 세븐 김래원 =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세례를 받은 세대들이 20대에 진입하면서 선호되는 미남형도 일본 만화의 주인공들을 빼어닮은 관념적인 얼굴로 바뀌었다. 눈썹은 짙고 눈썹과 눈 사이는 좁다. 눈도 코도 입도 크지만 얼굴 자체는 작다. 원빈이 대표적인 얼굴. 현실의 얼굴이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정체성 불명의 얼굴들이 인기를 얻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안정환은 기본적으로 서구적 얼굴형이면서 턱이 뾰족하고 인중이 짧으며 어딘가 여성스런 느낌을 풍긴다. 세븐은 더하다. 작고 가는 눈과 완만한 입술선, 작은 턱 등이 여자라고 해도 좋을 정도. 배용준 계보다.
김래원은 가장 독특한 얼굴형이다. 두툼한 턱선이나 커다란 콧망울 등이 서구적인 전형에 맥을 대고는 있지만 어딘가 일탈한 느낌을 주는 얼굴. 미남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다양화하고있나를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할만하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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