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교단체의 신도들이 살해 뒤 암매장된 것으로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수원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경재)는 14일 "모 종교단체 신도들이 다른 신도 2명을 살해해 암매장한 사실을 확인, 사체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날 이 종교단체 전 신도 김모(66)씨에 대해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김포공항에서 이 종교단체의 교주 A씨를 살인교사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살해사건에 가담한 신도 4, 5명의 소재를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암매장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교주 A씨를 협박, 금품을 뜯어내려 한 정모(40)씨는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했다.김씨는 1990년께 지모(당시 35)씨를 살해, 경기 안성시 금광면 금광저수지 주변 야산에 암매장하고 92년에는 전모(당시 50)씨를 살해한 뒤 지씨 매장지 부근에 묻은 혐의다. 이날 오후 지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찾아낸 검찰은 전씨에 대한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지씨 등을 포함, 84∼92년 신도 9명을 살해한 뒤 경기, 영호남 등 전국에 분산, 매장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살해 경위와 정확한 매장 위치를 조사 중이다.
검찰은 "교리를 따르지 않는다며 지씨 등을 목 조르거나 구타해 숨지게 했다"는 한 신자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의 종교단체는 84년 행동대원 4명이 배교(背敎)를 이유로 신도 1명을 살해, 암매장한 사실이 95년 드러나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번에 발견된 지씨는 당시 살인사건 주범으로 경찰의 수배를 받아왔으나 그 동안 행방이 묘연했었다. 살인교사 용의자로 긴급체포된 교주 A씨는 97년 대법원에서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징역 4년형이 확정돼 복역했다.
이 종교단체의 실종자대책협의회측은 모두 17명의 신자가 실종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살해된 신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종교단체선 "우리와 무관"
이에 대해 이 종교단체는 "검찰에 검거된 자들은 우리 단체의 본부에 나오지 않은 지 15년 이상 된 사람들"이라며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이 단체는 신도회장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그들은 오히려 얼마 전 본부에 상당한 금액을 내라고 협박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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