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사진을 찍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친구들한테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 싸긴 한데 잘 찍는다는 보장이 없다. 사진관에 가서 찍는 방법도 있다. 잘 찍기는 하는데 너무 전형적인 사진이 나와 버린다. 자기가 삼발이를 놓고 타이머를 작동시켜 찍는 방법도 있는데 잘 찍는다는 보장도 없고 구도나 앵글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한 손에 들고 냅다 얼굴을 찍어버릴 수도 있지만 역시 얼굴만 큼지막하게 나온다는 문제가 있다.자연스럽게 자신의 일상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포착하는 방법은 없을까? 프랑스의 사진 작가 소피 칼은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했다. 그는 흥신소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할 것을 의뢰했다. 흥신소의 탐정은 소피 칼이 의뢰인인 줄도 모르고 열심히 쫓아다니며 그녀의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 속의 그녀는 구멍가게에서 물건도 사고 카페에서 친구도 만나고 영화도 보러 다닌다.
며칠 후, 흥신소는 필름과 사진을 그녀에게 우편으로 송부하고 그녀는 그 중에서 쓸만한 사진을 골라 전시회를 연다. 자기 얼굴이니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흥신소가 저작권을 주장하면 혹 몰라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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