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내와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갔다. 카트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골라 담던 아내가 갑자기 옆구리를 쿡 찔렀다. "저 아저씨 배 좀 봐. 갤러리 정이 '형님!' 하겠다."아내의 눈을 즐겁게 만든 아저씨는 주름 잡아 날을 세워 다린 7부 카고반바지(일명 건빵 바지)에 (박서 스타일이라곤 하지만 나온 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리에서 쫄티가 되어 버린) 흰면티를 바지 위로 빼 입어 아랫배가 더욱 강조된 모습이었다. 거기다 회색 양말에 스트랩 샌들을 신은 모습은 쓴웃음을 터져 나오게 했다.
170㎝ 조금 넘는 대한민국 아저씨 표준키(?)인 그 남자가 티만이라도 다른 걸 선택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외에도 그 날 난 '집에서 자다 나오셨군요?' 라는 인사말을 던지고 싶은 남자들을 쉽게 그리고 너무나 많이 만났다.
물론 아내와 함께 쇼핑 나오면서까지 근사하게 차려 입지 않았다고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주중 내내 긴 양복바지에 와이셔츠, 넥타이 또 재킷까지 걸치고 다녔는데, 주말만큼은 내 멋대로 입겠다면 할 말 없다. 그래도 아내의 짐꾼 마냥 보이는 건 좀 아니다 싶은데…. 반바지를 멋지게 입을 수는 없을까.
당신이 후줄근한 '추리닝' 패션을 걸쳐도 여전히 멋진 영화배우 정우성이 아닌 이상, 옷장 속 줄무늬 쫄반바지는 버린다. 또 군복바지나 청바지를 자른 반바지,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반바지도 이젠 bye bye!
옷장 정리가 끝났다면 이제는 시크한 스타일로 코디할 차례다. 해군복에서 영감을 얻어 변형된 마린룩. 특히 경쾌한 줄무늬가 리듬감을 주는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베이직한 반바지는 이 계절에 그만이다. 하지만 '너 그게 웬 세라복이냐?' 따위의 말이 거슬린다면 클래식한 감각이 느껴지는 피케셔츠(톡톡한 질감을 만드는 올록볼록한 엠보싱을 뜻하는 피케 조직(Pique)에서 유래된 이름)를 링클프리 면반바지에 매치, 고급스러운 취향을 풍기는 것도 좋은 방법. 우리에겐 폴로 셔츠로 더 익숙한 이 셔츠는 줄무늬나 단색의 스포티한 셔츠로, 무릎선의 반바지와 매치해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하나 더! 이렇게 멋스럽게 입고도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벨트와 슈즈 같은 액세서리다. 특히 배만 볼록 나온 아저씨 특유의 체형이라면 링클 프리 면반바지에 색이 진한 피케 셔츠를 입고 벨트로 마무리하자.
/LG패션 알베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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