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국 대통령이 13일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듣기에 좋다. 그는 "우리가 이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며 훌륭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진전'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베이징 회담 일정의 공식 확정을 즈음하여 나온 언급이어서 더욱 긍정적 기대를 해보게 된다.그러나 부시의 언급에 앞서 나온 북한 외무성 성명은 다시 불가침 조약을 핵 문제 해결의 조건으로 달고 나왔다. 외무성 성명은 "북미간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불가침조약이 체결되고 외교관계가 수립되며, 다른 나라와의 경제협력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명백해져야 적대정책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성명문안 자체만 보면 북한은 달라진 것이 없다. 27일부터 열릴 6자회담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성명이다.
물론 북한성명은 협상에서 체제보장을 비롯해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회담전술의 한 방편일 수 있다. 북한정권이 핵 프로그램 포기를 정말로 생각하고 있다면 협상타결에서 얻어내야 할 안전보장과 경제적 담보가 절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담에는 응하면서 내심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뜻이 전혀 없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번 6자회담에 참여하는 당사국은 바로 북한의 핵 포기 진의를 집단적으로 확인하고 이에 상응해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을 해주는 것이다. 이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인가는 지금까지 있었던 회담과 협상이 말해준다.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북한의 핵 보유는 용납할 수 없다'는 집단적 의지를 주변국이 분명히 하는 것과,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의 수위를 높여줄 수 있는 미국의 유연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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