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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없는 천국은 어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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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없는 천국은 어디죠"

입력
200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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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가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가 13일 소개한 카스트롤 오몬데이(13·남)와 몰리(11) 남매의 삶을 들여다 보면 아프리카 '에이즈 고아'들의 비극이 너무 끔찍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케냐 빈민촌인 이스트 캉간에 사는 오몬데이 남매는 작년 10월 한 달 간격으로 부모를 여의었다. 둘 다 에이즈 때문이다. 남매가 어머니 시신을 땅에 묻기도 전에 친척과 마을 사람, 걸인들까지 몰려들어 부모의 유산으로 성대한 장례 축제를 치렀다. 케냐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 아버지는 장례를 치르지 말라고 유언했지만 굶주린 조문객들은 다 먹어 치우고 어린 남매에게 땅콩 한 자루만 남겨 놓았다.

큰아버지는 침대 매트리스까지 챙겨 갔다. 망자의 형제가 재산을 물려받는 관습 때문이었다. 하루 평균 생활비가 20센트(260원)도 안되는 이 마을에서 1981년부터 재산상속은 형제가 아닌 자식이 한다는 법이 생긴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에이즈 고아 조카만 5명을 떠맡고 있던 이모는 일을 가장 잘 하게 생긴 몰리의 작은 오빠 마크(12)만 데리고 간 뒤 연락을 끊었다.

이후 남매는 뼈만 남은 앙상한 두 팔로 잡초를 뜯어 먹으며 살아 왔다. 열 달 동안 목욕도 한 번 하지 못했다. 맨발로 45분을 걸어서 학교에 가 봐야 옥수수 한 톨 얻어 먹기 힘들다. 전교생 400명 중 100여 명이 에이즈 고아인데 학교 재정은 수년 전에 바닥 났다.

몰리는 최근 자폐증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오몬데이는 얼마 전 먼지만 가득한 집 천장에 손톱으로 "신은 어디 계신가요, 천국은 어디인가요?"라는 낙서를 했다.

유엔에 따르면 케냐, 앙골라 등 사하라 이남 지역에는 오몬데이 같은 에이즈 고아가 1,600만 명이 넘는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캐롤 벨라미씨는 "두 남매는 아직 어린이 매춘이나 조직 범죄에 빠져 부모처럼 에이즈로 죽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복한 편"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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