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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세계철학자대회 서울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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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세계철학자대회 서울서 열린다

입력
200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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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철학자 3,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세계 최대의 인문학 잔치인 세계철학자대회 2008년 행사가 서울에서 열린다. 1900년 파리 대회를 시작으로 5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가 유·불교 철학의 뿌리가 깊은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것은 서울이 처음이다.세계철학회연맹(FISP)은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총회에서 차기 대회 개최지 선정 문제를 논의, 이날 저녁(한국시간 14일 새벽) 표결을 거쳐 서울을 대회 개최지로 확정했다. 서울은 그리스 아테네의 추격을 32대 26으로 따돌렸다.

이스탄불에서 열리고 있는 제 21회 세계철학자 대회에서 활발한 대회 유치 활동을 해 온 김여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본사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철학회가 세계적 규모의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역량을 인정 받은 것"이라고 기뻐하면서 "세계 철학계가 동양 사상에 눈을 돌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철학자 대회의 서울 유치를 위해 이스탄불로 간 한국 철학자는 서울대회 조직위원장인 김 총장을 비롯, 엄정식(서강대 교수) 한국철학회장, 김형철(연세대) 김기현(서울대) 교수 등이다. 이스탄불 대회에 강연자로 초청 받은 차인석 서울대 명예교수도 한몫을 거들었다.

사실 서울 대회는 후원 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들이 1997∼98년 외환위기를 맞아 후원 계획을 포기하지만 않았어도 5년 전에 유치가 결정돼 올해 열렸을 가능성이 컸다. 이번 유치 확정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난 5년 간 한국 철학자들이 쏟은 땀의 결실이란 점에서 의의가 크다.

김 총장은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이 대회가 불교와 유교 사상의 발원지인 동아시아권에서 한 번도 열린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대회가 지금까지 구미 중심으로 열린 것은 행사 자체가 서구 편향적이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철학은 유럽이 중심이라는 생각이 구미에는 뿌리 깊습니다. 아테네 유치에 나선 그리스 철학자들이 한국에서 열면 철학자들이 모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격할 때는 그런 분위기를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서울 대회는 상징적 의미가 더욱 크다. 한국철학회가 2008년 대회 주제를 '동서 철학 전통의 만남과 융합'으로 삼으려는 것도 동서 지성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세계철학자대회는 영미와 유럽은 물론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150여 대표적 철학 단체들이 회원으로 있는 FISP가 주최한다. 일주일 동안의 대회 기간에 저명한 철학자들이 주제발표와 토론, 집담회(集談會) 등을 벌인다. 이번 이스탄불 대회 주제는 '세계의 현안과 철학'(Philosophy Facing World Problems). 위르겐 하버마스(독일) 지아니 바티모(이탈리아) 피터 싱어(호주) 등 석학들이 대거 참가했다.

아쉬운 것은 대회 개최지 결정 후 바로 열린 차기 FISP 새 회장 선거에서 터키 중국 인도 등의 추천으로 출마했한 김 총장이 아깝게 고배를 마신 점이다. 현 이오아나 쿠쿠라디(터키) 회장에 이어 새 회장은 페터 켐프 덴마크 교육대 교수가 선출됐다. 대회와 회장 자리를 한국에 함께 줄 수는 없다는 견제 의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총장은 "서울 대회는 베이징 올림픽과 맞물려 세계인의 눈길을 끌 만하다"며 "조직위원회를 새로 꾸리고 17억원에 이르는 대회 운영 경비 마련에 차근차근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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