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는 '언제나 마음은 태양'(1967)에서, 가깝게는 '죽은 시인의 사회'(1989)까지 영화 속 스승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엠퍼러스 클럽'(The Emperor's Club)의 헌더트(케빈 클라인) 선생도 계보로 보자면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과 같은 과(科)다. 그리스·로마사를 가르치는 헌더트 선생은 첫 수업마다 역사에서 기록되지 못하고 사라진 앗시리아왕의 기념비를 학생에게 읽힌다. 그러나 그의 운명은 앗시리아왕 만큼이나 순탄하지가 않다. 어떤 편법을 쓰더라도 역사에 남는 것이 옳다고 믿는 꾀바른 제자 세드윅 벨(조엘 그레치)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그는 어쩌면 실패했다고 할 수도 있다.주변에서 흔히 보는 성공지상주의자와 아름다운 스승 사이의 25년간 이어지는 아름답지 못한 인연을 섬세하면서도 흥미롭게 보여주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어쩔 수 없이 성적 조작에 빠져드는 스승과 스승의 선의를 성공의 사다리로 이용하는 제자 사이의 관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전체가.
올해 칸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구스 반 산트 감독만큼 스승과 제자 사이에 관심을 기울이는 감독도 드문 듯하다. 칸 대상 수상작인 '엘레펀트'도 교육문제를 다룬 것이었다. '파인딩 포레스터'(Finding Forester·2000)와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1997) 역시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이다.
'파인딩 포레스터'는 뉴욕의 대표적인 흑인 거주지이자 우범 지역인 브롱스에 사는 소년 자말(롭 브라운)이 은둔 소설가 윌리엄 포레스터(숀 코너리)를 만나면서 자신도 몰랐던 문학적 재능을 발견한다는 내용. MIT공대에서 교실바닥을 청소하는 수학천재 숀(맷 데이먼)과 스승(로빈 윌리엄스)의 이야기인 '굿 윌 헌팅'과 비슷한 줄거리다.
세상으로 난 창을 모두 닫아 건 스승이 제자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과 다시 악수하게 된다는 주제는 그리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10대 흑인 소년과 60대 백인 중년이 서로의 벽을 허무는 과정이 꽤 솔깃하다. 12세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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