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치치하얼에서 발생한 독가스 중독 사고가 일본군이 버린 화학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다카시마 하쓰히사 외무성 대변인은 13일 "조사 결과 일본군이 버린 화학무기로 인한 사고로 밝혀졌다"며 "피해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하며 중국 측과 긴밀히 협력해 성실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치치하얼시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드럼통 5개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맹독성 겨자가스가 흘러나와 36명이 입원 치료 중이며 이중 10명은 중태라고 밝힌 바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2일 아나미 고레시게 주중 일본 대사를 불러 "버려진 화학무기는 중국 침략의 증거이며 지금도 중국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조약(CWC)은 버려진 화학무기는 버린 나라가 수거·폐기토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 측의 강력한 요구로 마련된 이 조항에 따라 양국은 99년 일본군이 버린 화학무기를 2007년까지 일본 측이 모두 회수한다는 각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일본 측은 그 동안 중국 내 20여 곳에서 3만6,000여 발의 화학무기를 회수했으나 아직도 지린(吉林)성 등에 67만여 발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독가스 등을 담은 용기가 삭아서 화학물질이 누출돼 발굴·수거 작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 측은 일본군 화학무기 때문에 지금까지 3,000여 명이 건강상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해 왔으나 중·일 교환각서에는 피해 구제에 대한 언급이 없어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올해 5월 15일 화학무기 노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중국인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군이 화학무기를 내버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정부가 해외 피해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질 수는 없다"며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이바라키(茨城)현 옛 일본 해군 기지 주변 마을 우물에서 화학무기에서 흘러나온 유독물질이 검출되는 등 일본에서도 화학무기 피해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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