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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성조기 태우다 국익마저 태워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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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성조기 태우다 국익마저 태워서야

입력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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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줬더니 보따리 달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며칠 전 한총련 학생들이 미군 탱크를 점령하고 성조기를 불태운 사건을 보면서 이 말이 문득 떠 올랐다.양자 관계는 기본적으로 '주고 받기(give and take)'를 바탕으로 성립된다. 주고 받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정신적인 것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맹목적이라고 말하는 부모의 사랑도 자신을 희생해 가며 키운 자식이 성장하여 부모를 돌보지 않게 되면 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부부 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도 서로 받으려고만 하고 주는 데는 인색한데서 문제가 비롯되기도 한다. 사업상의 관계나 사회 활동으로 엮어진 관계에서 주고 받음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그 관계가 지속되지 못한다.

더욱이 국제 사회에서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수많은 이해집단이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켜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다. 인생을 살다 보면 많은 우여곡절이 있듯이 한 나라 또한 세월이 흘러 가며 태평 성대를 거치기도 하고 국가적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20세기 들어와 우리나라의 최대 위기는 일제 점령기와 한국전쟁이라 하겠다. 그때마다 우리는 미국의 도움으로 국가를 존립시킬 수 있었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도와주는 사람이 어떤 흑심을 품었다 하더라도 의지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비록 미국이 그로 인하여 반대 급부를 누려온 것도 부정할 수 없지만 적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가 놀라는 경제 성장을 한 우리의 지금 상황을 미국을 배제하고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이 동맹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가 얻은 것 만큼 줄 것은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현재의 국제 질서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 중심으로 짜여져 있으며, 미국이라는 존재는 우리 맘에 안 든다고 돌아설 상대가 아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등 한국과 미국간에 존재하는 불평등한 문제들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점차 개편해 나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북핵 문제 등 민감한 사안들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반미 감정에 의한 과격한 행동들이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 삼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권 준 수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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