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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실향민 통일노래자랑 꿈 이제야 이뤘어요" / 내일 방송 KBS '평양 노래자랑' 송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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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실향민 통일노래자랑 꿈 이제야 이뤘어요" / 내일 방송 KBS '평양 노래자랑' 송 해

입력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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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남북통일을 이루고 왔습니다."4∼12일 북한을 방문, KBS 광복절 특집 '특별기획 평양 노래자랑' 녹화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원로 코미디언 송해(76)씨는 무대 위에서의 감격이 잊혀지지 않는 듯 들뜬 표정이었다. "20년 가까이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면서 '남북 통일노래자랑' 여는 게 꿈이라고 수없이 말해왔어요. 북측 방송원 전성희씨가 '평양∼' 하고 제가 이어 '노래자랑∼'을 외치며 막을 열자 관객들이 '노래자랑' 하고 따라 외치는데 정말 가슴이 뭉클했어요."

11일 오후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열린 공연에는 77세 할아버지에서 11세 소년까지 20여명의 북한 주민이 참가, '눈물 젖은 두만강' '고향의 봄' 등 남북이 모두 아는 노래와 '여성은 꽃이라네' '평양냉면 제일이야' 등 북한의 생활가요(유행가)를 열창했다. 이 공연은 15일 오후 7시30분 KBS1에서 방송되며, 북한 조선중앙TV도 같은 날 방송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전국노래자랑'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합격·불합격을 알리는 '딩동댕' '땡' 소리 없이 진행됐다. 북측이 "인민에게 무안을 줄 수 없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등수도 가리지 않았다. 송씨는 "사실 출연자들이 모두 북한의 노래경연대회에서 상을 탄 사람들이라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실로폰을 가져 갔더라도 '땡' 칠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송씨는 가장 잊지 못할 출연자로 최고령 이춘봉(77)씨를 꼽았다. "제가 한 살 적은 걸 안 그 분이 '내 동생이네' 하시더군요. 50여년 전 헤어진 형님을 뵌 것 같았어요."

황해 재령이 고향인 송씨는 1·4 후퇴 때 부모와 형, 여동생 등 가족을 모두 두고 단신으로 월남했다. 자신보다 연세 높은 실향민들을 위해 지금껏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내지 않았다는 그는 이번에도 애초부터 가족을 찾아보려는 생각을 접었다. "생사라도 알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포기했어요. 가족 대신 황해 은율, 송화가 고향인 이춘봉 노인과 전성희씨를 만난 것으로 위안을 삼았지요." 그는 "전씨가 헤어지면서 '아바지, 건강하시라요'라고 건넨 말이 귓전을 맴돈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송씨는 북한이 당초 북측 방송원 단독 사회를 고집하는 통에 어렵사리 무대에 올랐다. 또 출연자들과의 대화를 막는 등 제약도 많았다. 그러나 송씨는 합의된 대본에 없는 말을 던지는 등 특유의 순발력을 발휘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제작진은 "110분 분량의 녹화를 90분으로 줄이면서 송씨가 대화를 시도한 부분은 100% 살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노래자랑' 특유의 질펀한 이야기 마당을 펼치지 못하고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여야 해 아쉬움이 많았다"면서도 "50여년의 장벽을 넘는데 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겠느냐. 그래도 서로 받아 들이고 따뜻하게 안는 것이 통일의 길이다"고 강조했다.

"1998년 금강산 관광을 갔을 때 (KBS 관계자라는 이유로) 북한 땅을 밟지도 못했는데, 월남자인 제가 평양 한 복판에서 시민들과 잔치를 열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지요. 이제 첫 걸음을 떼었으니 제 고향 재령 뿐 아니라, 원산 신의주 등에서도 잔치를 벌여야죠."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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