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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제청" 사법파동 조짐 / 판사100여명 재고촉구 연판장… 보·혁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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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제청" 사법파동 조짐 / 판사100여명 재고촉구 연판장… 보·혁 갈등

입력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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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신임 대법관 후보 선정 및 제청 방식에 반발, 13일 일부 소장 판사들이 이메일 연판장을 돌리는 등 집단적으로 의사 표시에 나서고 현직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등 대법관 인선을 둘러싸고 법조계 안팎의 보수·개혁 세력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전날 대법관 제청자문위원직을 사퇴한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과 박재승(朴在承) 대한변협 회장을 강력 비난하고 나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서울지법 북부지원 이용구(李容九·사시33회) 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게시판에 '대법관 제청에 관한 법관들 의견 수렴-대법원장님의 재고를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문건을 올린 뒤 전국 법관들을 상대로 대법원장의 재고를 건의하기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날까지 이 판사의 문건 내용에 동조, 서명을 한 판사는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사는 '대법관 제청에 관한 소장 법관들의 의견'이라는 첨부 문건에서 "대법원이 지나치게 동질적인 연령, 배경, 경험을 가진 법조인들만으로 구성돼 다양한 사회적 분쟁에서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의 재고를 촉구했다. ★관련기사 A2·3면

이에 앞서 박시환(朴時煥·사시21회)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사표를 제출하면서 '사직의 변'이라는 글을 통해 "법원 안팎에서 새 대법관은 완전히 새로운 기준과 방식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외쳤으나 그 기대가 철저히 외면당한 지금 허탈감과 참담함에 몸이 떨린다"고 밝혔다. 그는 "18년간 사법부에 몸담은 저도 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 동안의 비겁한 타협과 안일한 외면, 무책임한 침묵에 대해 자괴심과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파문이 확산되자 이날 오전 간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대법관 제청권은 헌법이 사법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라며 "후보자에 대한 의견 개진이 허용된다 해도 제청권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이는 헌법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또 전날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 회의 도중 퇴장한 뒤 위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강 장관과 박 회장에 대해 "자신이 법조 관련 직역 대표자라는 책임감을 망각한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고 공박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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