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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의 브로드웨이 통신] "시카고"의 멜라니 그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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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의 브로드웨이 통신] "시카고"의 멜라니 그리피스

입력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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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로드웨이에 할리우드 스타 부부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 토니상 리바이벌상을 받은 신작 뮤지컬 '나인'의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1996년 막을 올린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섹시한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 중인 멜라니 그리피스 부부이다.이 할리우드 스타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브로드웨이에 등장한 것만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데 두 작품 모두 섹시함을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는 까닭에 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영화 '에비타'에서 마돈나와 호흡을 맞췄던 반데라스가 노래나 춤, 연기실력 모두를 인정받으며 '나인'을 이끄는 것과 달리 그리피스는 왕창 망가지고 있어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리피스는 매력적 외모와 아기같은 목소리를 트레이드 마크로 코미디 영화에 자주 등장한 바 있지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관객을 앞에 두고 무대에 서 본 적이 없어 연극계에서는 새내기인 셈이다. 이 때문에 뮤지컬 '시카고'는 처음 그녀를 보기 위한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러나 '섹시'를 앞세워야 할 '시카고'에서 '귀여움'은 통하지 않았다. 그리스피의 첫 무대를 본 비평가들의 혹평은 그녀의 귀여운 얼굴을 울상 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세가지는 노래, 춤, 연기이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그녀의 노래와 춤, 연기를 '살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할리우드 영화의 여왕'으로 비유하며 무대 위의 그리피스를 보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고 말하고 있다. 극중 록시 역을 맡은 그리피스의 뮤지컬 배우 변신은 충분한 뉴스거리가 됐지만 그녀의 변신 실패는 브로드웨이 문턱이 할리우드 스타라는 이름만으로는 넘기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이제까지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던 수많은 영화배우나 팝스타는 그들의 명성으로 많은 티켓을 팔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준 모습이 훌륭했다는 것으로 더 많이 기억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가수나 배우들이 뮤지컬 배우로 변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하는 대신 무대에서 직접 관객과 만나 몸으로 대화하는 배우의 모습은 무척 매력적이다. 그러나 브로드웨이에서 빛났던 할리우드 스타는 영화에서의 성공을 업고 무대에 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공의 바탕이 애초에 무대에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브로드웨이 공연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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