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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드라마 "앞집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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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 드라마 "앞집여자"

입력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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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를 지나 이제는 '바람'이다. 요즘 TV와 영화에서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이 나란히 화제가 되고 있다. MBC 드라마 '앞집여자'와 문소리 주연의 영화 '바람난 가족'. "외도는 결혼 생활의 비타민"이라는 '앞집여자'나 "남편 말고 애인이 필요해"라는 '바람난 가족'이나 그 전까지 좀처럼 볼 수 없는 파격적인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두 작품은 불륜을 도덕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대신, 이미 현실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륜에서 파생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미 '선'은 넘었다. 그럼 어떻게 할건가? 기혼자의 절반 가까이가 외도를 꿈꿔봤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두 작품의 접근 방법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이제 불륜은 그저 덮어두고 쉬쉬하기엔 너무나 일반적인 사회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바람난 가족'과 '앞집여자'는 일견 비슷한 방법으로 불륜이라는 문제를 다루는 것 같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이 영화와 실제로 누구나 볼 수 있는, 15세 등급을 받은 TV 드라마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바람난 가족'에서 강조하는 것은 존재의 허허로움을 채워주는 '애인'이다. 반면 '앞집여자'는 불륜을 '결혼 생활'의 비타민이라고 말한다. 즉 '앞집여자'의 불륜은 '결혼 생활'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할 성질의 것이다.

엄밀히 말해 '앞집여자'는 '불륜' 드라마가 아니라 '주부' 드라마이기 때문에 재미있다. 이 드라마는 불륜을 매개로 주부들이 답답해 하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현실을 한 순간이나마 벗어나게 해준다. 가정에 묻혀 살던 미연(유호정)은 첫 사랑 정우(김성택)를 만나면서 잃어버린 젊은 시절의 낭만을 되찾고, 원하던 직장 생활도 해보고, 아줌마를 무시하는 '어린 것'을 따끔하게 혼내기도 한다. '앞집여자'에서 그려지는 주부들의 일상은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며, 그런 일상을 속시원하게 깨버리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경쾌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앞집여자'는 불륜이 그들의 결혼 생활에 틈을 내려는 순간, 그것이 사실은 불륜이 아니었음을 주장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한다. 미연과 상태(손현주)는 서로의 상대와 '선'을 넘지 않았고,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이다. 그래서 그들은 도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그 어떤 것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배우자 아닌 누군가를 만나긴 만나는데 '진짜 불륜'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드라마 초반 강도 높은 불륜 행각을 보여준 애경(변정수)은 더 이상 불륜을 저지르지 않고, 알고 보니 여고 시절 '놀았던' 여자로 묘사되면서 '그럴만한 여자'가 되어버린다. 따지고 보면 진짜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아무도 없고, 결국 우리의 '평범한' 가정은 한 때의 위기를 넘기고 더 단단한 행복을 얻는다.

'앞집여자'가 보여주는 매우 사실적인 일상 묘사와 유머 감각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뛰어나다. 그러나 불륜에 관한 한 현실을 살짝 비켜나간다. 그게 한국 드라마에서 불륜을 부담 없이(?) 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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