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13일 사표 제출이 "이번 대법관 후보 선출과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정진경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과 함께 법원내 대표적 개혁파로 지목돼 온 인물로, 1993년 강금실 법무장관과 함께 법원내 사법개혁 운동을 주도한 바 있다. 2001년에는 검찰이 충분한 범죄혐의 보충 없이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지 않고 사법 사상 처음으로 '각하'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사표를 제출한 이유는.
"대법원이 제시한 대법관 후보 3명의 명단을 보고 '이건 아니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법조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법원내에서도 다양한 계층과 집단, 성향 등을 고려해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해왔던 만큼, 이번 대법관 후보 선정과정에 이런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되리라 기대했는데 기대가 어긋났다."
―서열과 기수 등에 따른 기존 대법관 임명방식의 문제점은.
"기존 방식도 나름의 장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관이 피라미드식 승진 단계의 마지막 정점이 된다면 사법부 전체가 일사불란한 관료제로 순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판사들의 소신과 개성, 새로운 법해석에 대한 시도를 질식시키고, 기존 가치 체계에 순치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
―사표를 내지 않고 사법부 내에서 개혁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지금의 임명방식이 아니면 안된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다른 차원의 보다 강한 의견 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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