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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현대車 합의" 확산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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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현대車 합의" 확산 막아야

입력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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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아담 스미스가 200여년 전에 밝혀낸 시장경제 성공의 비밀은 다름 아니라 기업, 근로자, 소비자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사적 욕구 충족을 위한 경제행위가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하고 기업들이 좋은 물건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은 결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와 자기 식구들이 잘살기 위한 것이지만, 그런 이기적 행동의 결과 모든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나라경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즉, 시장의 성공은 경제주체들의 이기심과 시장기능으로 인해, 사적이익과 공익이 일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그러나 잘 알려진 대로 시장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적 이익의 추구가 공익과 일치하지 않을 때는 소위 시장의 실패가 발생한다. 공해를 시장실패로 정의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공해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만, 정작 공해를 배출하는 당사자는 그것이 자기에게 이롭기 때문에 스스로 이런 행위를 자제할 유인이 없다. 즉, 자유방임 상태에서 과도한 공해가 발생하고 경제전체의 복지는 감소하게 된다.

바로 여기에 정부의 경제적 역할, 즉 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근거가 있다. 정부가 공해와 같은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원인제공자를 규제하여 사회 전체의 공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정당한 역할이다.

이익집단의 불법집단행동이나 음주운전, 불법주차와 같은 행위도 사익의 추구가 공익과 일치하지 않는 일종의 시장의 실패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공해로 인한 환경의 파괴나, 이익집단의 과격한 시위, 음주운전 사고, 불법주차에 의한 교통체증 등을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무책임한 행위로 보기보다는 이러한 시장의 실패를 방치하고 바로잡지 못하는 정부의 실패로 보고 있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노사간 합의사항에 대해 논란이 많다. 그러나 현대차 노사합의는 공기업도 아닌 민간기업이 자율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적으로 사적인 의사결정이다. 현대자동차 경영진은 주어진 여건에서 회사에 가장 유리한 선택을 했을 것이고, 그만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받아들일 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합의해 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노사합의는 사적인 의사결정이 공익과 부합하지 않은 전형적인 시장의 실패 사례다. 이번 합의의 부정적 외부효과는 이미 여러 경로로 우리 경제에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의 생산비용이 증가한 만큼 협력업체와 거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또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국내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볼 때 이번에 증가한 생산비용을 내년도 차 값에 전가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됐다.

더구나 이번에 밝혀진 대기업 근로자들의 고임금은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 근로자들과 소액 봉급자들에게 심한 위화감과 박탈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또 현대차 임단협 타결을 계기로 노조의 경영참여 문제가 노사간 첨예한 쟁점거리로 등장했으며, 근로조건 저하 없는 현대차형 주5일 근무제가 받아들여지면서 여기에 저항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입지가 어렵게 되었다.

그동안 국회가 주 5일제 입법을 미루는 바람에 지금 우리나라 산업현장에 이를 놓고 마찰과 불확실성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번에 현대차 임단협을 계기로 불거진 노조의 경영참여 논란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확산을 조기 차단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불확실성과 마찰의 원인이 될 것이다.

개인 소유의 땅에 산불이 났다고 이를 방치할 수 없듯이, 민간 기업의 일이라고 해서 정부가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산불이 더 번지기 전에 진화해야 한다. 이는 공해방지나 산불진화와 같이 정부가 해야하는 최소한의 공공서비스이자 공익보호기능이다.

김 종 석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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