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상장됐더라도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의 종업원에 대한 특혜성 재정지원이 초우량 민간 기업의 3∼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상장 공기업은 거래 회사에 백지어음을 담보로 맡겨 놓는 등 후진적 거래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13일 산업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등록된 공기업이 생활안정자금, 주택구입자금, 학자금 등의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저리 혹은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는 규모가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종업원이 2,444명인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3월말 현재 생활안정자금, 우리사주청약 지원금, 대학생자녀 학자금 등으로 직원에게 대여한 금액이 732억2,500만원에 달했다. 가스공사는 생활안정자금을 시중 은행금리(연 9%선)의 절반도 안되는 4%에 빌려주고 있으며, 학자금에 대해서는 사실상 무이자를 적용하고 있다.
한국전력도 3월말 현재 1,471억원을 저리 혹은 무이자로 빌려주고 있다. 주택임차대여금의 경우 1인당 2,000만원까지를 연 4%·15년 분할 상환조건으로 대여하고 있으며, 대학생 자녀 학자금은 무이자로 지원된다. 주택구입자금은 3,000만원까지 연 7%·2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빌려주고 있다.
반면 지난해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탈바꿈한 KT나 삼성전자, LG전자의 지원은 이들에 크게 못 미친다. 종업원이 4만3,583명으로 한전의 3배, 가스공사의 18배인 KT의 대여금은 984억원에 불과하다. 또 총 직원이 5만명을 넘어서고 올 상반기 2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삼성전자의 직원 대여금(307억원)은 한전의 5분의1, 가스공사의 2분의1 수준이다.
한편 가스공사가 한국석유공사에 11장의 백지어음을 담보로 맡겨 놓고 있는 등 일부 공기업의 경우 금융 당국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금융 거래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 기업인 이들 공기업이 수 백억원의 자금을 종업원에게 저리로 빌려주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들이 횡행하는 것은 자리 보전을 원하는 경영진과 반대 급부로 경제적 혜택을 얻으려는 공기업 노조간의 암묵적 담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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