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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판사·재야 "개혁 시험대" 인식/ "대법관 제청" 사법파동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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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판사·재야 "개혁 시험대" 인식/ "대법관 제청" 사법파동 번지나

입력
200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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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사법파동'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대법관 제청 자문위원회에서 강금실 법무장관과 박재승 대한변협 회장이 중도 퇴장한데 이어 13일에는 현직 부장 판사가 '구태의연한' 대법관 선임 방식을 비판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일부 소장 판사들은 대법관 제청 절차 및 내용에 반발, 이메일 연판장을 돌리는 등 집단적인 의사표시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참여 정부 출범 이후 고조돼온 사법개혁 요구와 맞물려 있어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개혁 성향 판사와 재야 단체들은 이번 대법관 인선이 향후 사법개혁을 좌우할 수 있는 시험대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서열과 기수에 따른 현행 인사제도가 법원의 관료주의를 고착화하고 사회의 다양한 이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때문에 이들은 현재의 보수 일색 대법관의 구성을 다양한 계층과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고, 다음달 선임될 대법관은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대한변협과 시민단체 등은 최근 개혁 성향의 중견 판사와 변호사, 대표적 여성 판사들을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영 대법원장은 종래의 서열 방식에 따라 사시 10회의 이근웅 대전고법원장과 사시 11회의 김동건 서울지법원장, 김용담 광주고법원장 3명을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에 후보로 제시했다. 이들 후보는 자문위원들에게 비공개로 하루 전에 통보됐으나 일부 위원들의 반발 과정에서 공개됐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사퇴한 강금실 장관은 "평소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으나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소수 후보만 제시되어 실질적 자문이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선임 절차의 투명화와 다양한 의견 수렴 요구가 거세지자 올해 처음으로 자문위원회 제도를 도입,기대를 모았으나 재야 법조계와 시민단체가 추천한 인사가 완전 배제됨으로써 갈등만 증폭시키고 말았다.

이강국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는 현재의 대법원 기능과 역할에 따른 현실적 제약 때문에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애로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관 1인당 월 120건 이상의 재판을 소화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대법관의 다양성보다 재판능력과 경륜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이달 중 대법원 몫으로 새로 선임될 헌법재판관에는 재판실무능력보다는 소수자 보호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또 2005년과 2006년에 대법관이 대폭 교체될 때 다양성에 대한 요구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번 경우에는 당초의 후보중 1명을 내주 초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소장 판사들의 반발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사태추이가 주목된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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