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민주당 전 고문이 거액의 현대 비자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남으로써 김대중 정권의 정경유착 스캔들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권씨로부터 현대의 비자금에 관한 보고를 받아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지난 총선에서 풍족한 자금을 썼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새로운 의혹으로 등장했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부실기업이 대북사업의 돈줄로 동원되더니, 여권의 정치자금까지 제공한 자금원 구실을 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이렇게 철저한 정경유착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가 우선 놀랍다. 국가적 사업이라는 미명에 공권력과 기업의 탈법유착이 자행되고, 그것도 모자라 수백억원의 선거자금을 그 기업에서 갖다 썼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에는 이런 엄청난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다. 현대의 비자금은 다른 곳으로도 갔을 공산이 크다. 의혹이 어디까지 번지든 샅샅이 밝혀내지 않으면 안 된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가 현대의 돈을 받은 것은 2000년 총선 무렵이었다고 한다. 선거 때 자금 지원은 전략지역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 돈이 어느 지역의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됐는가를 밝혀내는 일이 급선무이다. 신진 인사들에게 천문학적인 자금을 살포해 당선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그들은 도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당시 부산에서 출마했던 노 대통령의 경우 "한도 원도 없이 돈을 써봤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 노 대통령은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구체적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 선거의 최종책임자이며 민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의 인지 정도, 나아가 개입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
권씨에 대한 혐의가 정치자금법 위반이냐, 뇌물수수냐를 따지는 논란은 그 다음의 일이다. 정치권의 반복되는 부패와 비리를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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