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을 국정기조로 채택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성공여부는 재정분권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지방자치의 실시 이후 행정을 포함하는 자치기반들은 어지간히 정비가 돼있는 반면 중앙, 지방간의 재원배분 시스템은 자치 초기의 구조에서 그다지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재정분권의 핵심은 지방재정의 운영 자율성 제고, 자주재정확충, 재정 책임성 강화이다. 이 중에서도 재정 자율성 제고와 자주재정 확충은 정부가 앞장서서 도와주어야 결실을 맺을 수가 있다. 이에 비해 재정 책임성은 지방이 솔선수범하고, 국가가 관련제도를 적절히 보완 개선할 때 기능이 강화된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안타깝게도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은 자치 초기의 8 대 2 수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국가에서 지방으로 자금을 이전시켜 주는 보조금 제도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변화되지 못하였다. 전체 보조금 중 지방이 원하는 사업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 보조금의 비중은 1990년대 초기의 60% 수준에서 크게 감소하여 현재는 40% 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간 국가 재정과 지방 재정의 총량은 모두 팽창하였지만 재정분권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셈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인식할 때 지금은 지방분권의 대전제 하에 국가의 총 재정자원 중 얼마를 어떤 제도와 수단을 통해 중앙과 지방간에 배분할 것인가를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중앙, 지방간의 재원배분 체계 재정립은 참여정부의 분권기조를 고려하는 차원에서 뿐 아니라 국가재정자원의 효율과 형평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가속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와 지방이 하는 일이 무엇이고 또한 향후 지방으로 이양돼야 할 기능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나서 그 경제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추정하는 방식으로 재정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의 조세 자율성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재정분권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세 수입을 총 조세 수입의 3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제도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국가로부터 지방으로 이전되는 보조금 제도는 지방 재정의 자율성과 안정성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재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돈에 꼬리표가 붙는 기존의 특정보조금 위주로부터 지방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보조금 중심체제로 제도전환이 있어야 한다. 넷째, 조세 제도와 보조금 제도간에 상호 연계 관계를 만들어줌으로써 국가자원 활용의 효율과 형평을 극대화해야 한다. 다섯째, 지방 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동시에 향상될 수 있도록 예산 회계제도, 투자 심사제도, 지방채 제도 등을 발전시킨다.
중앙, 지방간의 재원배분 문제는 결국 국회 등 정치적 과정을 통과해야 하고, 한번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지면 그 후 제도변화를 모색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구상 단계부터 도입·실행에 이르기까지 관계자의 공감을 이루어내는 지혜가 요구된다. 그리고 정책대안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해서는 안되며, 지방자치단체 또한 내부로부터 자기위상을 재정립하고 재정책임을 완수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분권과 자치는 쌍방 통행이어야 한다. 지방분권은 국가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추진되는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추진주체들이 국민을 소외시키는 역사적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임 성 일 한국지방 행정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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