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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77>베를린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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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77>베를린 장벽

입력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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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8월13일 당시 동독의 수도였던 동베를린과 미국·영국·프랑스 3개국이 분할 점령하고 있던 서베를린 사이에 철조망이 쳐졌다. 이 철조망은 곧 콘크리트 담장으로 대치됐다. 이로써 프로이센 시절 이래 독일의 수도였던 베를린은 완전히 별개의 두 도시로 분단됐다. 장벽은 18세기 말에 세워진 브란덴부르크문을 가로지르며 남북으로 세워졌다. 제국 수도 시절의 주요 공공 건물이 들어서 있던 동베를린이 이제 서베를린 사람들에게는 장벽 너머의 이방이 되었고, 선진 자본주의의 전시장이었던 서베를린 역시 동베를린 사람들에게는 금단의 땅이 되었다.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베를린이 정치적으로 분단된 뒤에도 베를린 시민들은 별 어려움 없이 동서를 오갈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정치적 분단 이후 1961년까지 300만 명의 동독인이 서베를린을 통해서 서독으로 망명했다. 특히 1961년 들어서는 서베를린에 일터를 둔 동베를린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 소련은 이 현상이 베를린에서 표나게 벌어지고 있던 동서 진영의 대결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패배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될 것을 두려워했고, 이내 동독 정부에 장벽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 11월10일 무너져내렸다. 그것은 사회주의 체제 몰락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4년이 지나도록 한반도에서는 냉전의 장벽이 무너져내릴 기미가 없다. 그 장벽 너머에는 완고하기 짝이 없는 전체주의 정권이 버티고 서있고, 장벽 이쪽에서는 주먹이 근질근질해 참을 수 없는 듯 보이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근육질을 뽐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그 두 세력이 싸우려고 하면 뜯어말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코 쉽지 않을 그 일이 그와 평화 세력 앞에 놓여 있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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