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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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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사진 3

입력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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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도에 쓰레기 매립장이 있던 시절의 일이다. 어떤 부부가 부부싸움을 벌였다. 화가 난 부인이 "이 결혼은 무효야" 라고 외치며 결혼사진이 담겨 있는 앨범을 아파트 쓰레기 투입구에 버려버렸다.아침이 되자 남편은 정신을 차렸다. 옷을 주워 입고 1층으로 내려가보니 벌써 쓰레기차가 떠난 뒤였다. 남편은 쓰레기차가 모여드는 구청 뒤 주차장에도 가보았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집념의 사나이는 난지도까지 찾아갔다. 메탄가스와 쓰레기 태우는 연기, 뜨거운 햇볕으로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난지도 여기저기를 헤매던 이 양복쟁이 앞에 꾀죄죄한 행색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뭘 찾으시오?"

"아내가 버린 결혼 앨범을 찾습니다." "따라 오시오." 그것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던 남자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그들을 따라갔다. 판잣집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마술처럼 그의 결혼 앨범을 꺼내왔다. 황량한 사막 같은 쓰레기매립장에서 일어난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쓰레기차가 도착하면 쓸만한 걸 추려내는 게 우리 일입니다. 반드시 찾으러 올 물건 같아 보관하고 있었지요." 남자는 10만원의 사례비를 지불하고 결혼 앨범을 찾아왔다. 삼 년 후 그들은 결국 이혼하였다. 결혼은 집념만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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