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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대통령 10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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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대통령 10계명

입력
2003.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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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융단폭격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이 시점에서 청와대 참모들은 억하심정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제2, 제3의 양길승 사건이 언제 또다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우선 작금의 상황을 '위기'로 인정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할 것이다. 노무현 지지자들의 불만, 대다수 언론의 공격, 청와대의 위상 추락, 현대 비자금사건 등 잇따른 사건과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때, 해법도 제대로 나온다.노무현 정부가 개혁성, 탈권위주의, 국민참여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역대 정권의 경험에서 그 해법을 찾는 것이 지름길이다. 권력의 속성은 시공을 초월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10계명'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집안 단속'이다.

제1계명은 권력의 법칙이 365일 적용된다는 것이다. 일단 대통령이 되고 나면, 정(情)으로 맺어진 '사람의 관계'보다 공적(公的)으로 연결된 '직책의 원칙'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토록 가까웠던 참모들 사이에 파워게임이 일어나고, 사사로운 인정에 얽매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통령은 공신이나 측근에 대해서도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제2계명, 여론이나 야당보다 여권이 중요하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이나 야당의 공세에 예민하게 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여권 결속이다. 여권 내부가 똘똘 뭉치면, 점차 여론이 호전되고 야당의 공세도 가라앉기 마련이다.

제3계명, 청와대가 바로서야 한다. 국정의 컨트롤 타워이자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가 흔들리면, 정부도 대통령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권력기반이 취약하고 도덕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노 대통령에게 청와대는 최고·최후의 보루이다. 조만간 실시될 청와대 개편 때 심기일전의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제4계명, 위험은 가까운 곳에 있다. 역대 대통령의 경우 가장 믿음직한 우군으로 여긴 친인척과 측근참모가 오히려 위험한 적군이 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번 양길승 부속실장 파문도 마찬가지 아닌가.

제5계명,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긴급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곧바로 종합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는 참모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제6계명, 대통령은 쓴소리를 싫어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결같이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였다는 비판을 받은 것은 쓴소리를 싫어하고 단소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민정수석실 등 요로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충정어린 참모를 배치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제7계명, 목표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목표가 그럴듯해도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많으면 헛일이라는 교훈은 역대 정권의 시행착오에서 많이 드러났다.

제8계명, 정보의 차단현상이 나타난다.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정보가 왜곡되거나 누락되는 '정보의 장막' 현상이 대통령의 판단력을 흐린다. 대통령은 민정시스템을 수시로 점검하고 종종 크로스 체킹할 필요가 있다.

제9계명, 건강한 비선(秘線) 라인은 필요하다. 대통령이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히지 않고, 파워게임의 안개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순수한' 비선 라인의 활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비선라인은 잘 쓰면 보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약이 된다.

마지막 10계명은 언론의 생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통령이 언론과 장기간 불편한 관계 속에서 국정을 이끌어간다는 것은 여간 힘들고 소모적인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를 '실패한 대통령'의 전례를 통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경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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