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150억원+α' 사건을 규명할 최후 진술자로 주목 받고 있는 김영완(50·미국 체류)씨가 11일 사건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김씨의 자료형태 및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사건 해결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며 고무된 표정이었다. 그는 "그동안 검찰의 기초조사에서 드러난 정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김씨에게 150억원이 현대가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제공한 뇌물이 맞는지 여부, 돈의 최종 용처, 이밖에 김씨가 관여한 '+α' 비자금의 존재 등을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귀국 요청에 응하지 않는 대신 검찰 질의에 비교적 성실한 답변을 보내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이 그 동안 "150억원의 배달사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거듭 밝힌 점을 감안할 때 김씨 자료가 조사내용과 일치한다는 검찰의 언급은 박 전 실장의 뇌물수수 혐의를 김씨가 인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저녁 검찰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전격 긴급 체포한 데도 김씨의 서면진술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초조사에서 드러난 권씨의 금품수수 혐의를 김씨가 확인해 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김씨가 150억원 외에 권씨 등 정치권에 흘러간 수백억원대 '+α'의 조성 및 전달에도 관여했음을 의미한다.
김씨가 제출한 자료에 메가톤급 내용이 담겨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현대와 구 여권을 잇는 메신저 역할을 담당했던 김씨의 위치로 볼 때 양측의 은밀한 뒷거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무리하게 강제소환에 나서지 않고 계속 귀국설득 노력을 기울이는 것 또한 김씨의 정보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김씨의 귀국 여부는 이 사건 수사의 핵심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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