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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극장 올빼미族 풍경/밤차타고 "영화속으로" 첫차타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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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극장 올빼미族 풍경/밤차타고 "영화속으로" 첫차타고 "집으로"

입력
200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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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 뉴저지. 힘든 웨이트리스 생활과 남편의 구타와 착취에 찌든 세실리아(미아 패로)의 유일한 즐거움은 일을 마친 뒤 저녁에 극장에 들르는 일이다. 물론 팝콘이 빠질 수 없다. (우디 앨런의 1985년작 '카이로의 붉은 장미')피로와 더위에 시달린 관객이 친구, 가족, 연인의 손을 잡고 영화를 즐기며 밤을 새는 2003년 여름 한국의 극장 풍경을 세실리아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야 상영은 여름방학이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보통 토요일 밤에나 가능한 심야상영 극장이 전국 대도시 멀티플렉스에서는 평일로 확대된다. 물론 주말은 예약이 필수다.

8월 6일 자정. 서울 정동에 자리잡은 스타식스정동의 심야상영관에는 250여 명의 관객이 들었다. '툼레이더2' '여우계단' '터미네이터3' 세 편을 몰아서 한 자리에 보는 프로그램이다. 5개관 가운데 평일에는 한 관만 열지만 217석 규모의 제 3관이 만원을 이루는 바람에 극장측은 한 관을 더 열어야 했다.

"전철로 부천에서 왔어요. 전철 첫 차로 갈 거예요." 고교 1년, 중학 3년생 조카를 데려온 김민성(32) 씨는 근처의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에서 한아름 먹을 것을 사들고 극장에 들어섰다. "더워서 잠도 잘 안 오고, 딸 셋이 모두 방학을 맞아 나들이 나왔다. 예전에 예매를 하지 않고 왔다가 가족 모두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공진모(50)씨의 다섯 가족도 비닐 봉투에 음료수와 햄버거를 담아 들고 입장했다.

첫 영화인 '툼레이더2'의 막이 오를 찰나 극장 안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긴팔 남방 등 걸칠 옷을 준비하고, 음료수 팝콘 등을 즐기는 관객들은 심야상영에 익숙한 단골로 보였다. 극장에서는 외부 음식 반입이 규제되지만, '심야' 관객에게만은 비교적 너그러운 것이 극장의 관행. "5년 전부터 가족과 친구 단위로 서울과 경기도 각 지역에서 피서 오듯 놀러 와서 세 영화를 한 자리에서 보는 이벤트가 자리를 잡았다"는 게 김효신 운영팀장의 얘기다.

새벽 1시30분 구로동 CGV.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장대비가 쏟아졌다. 친구 세 명과 함께 택시에서 내린 정은경(20)씨는 "동네 친구들과 왔다. 낮에 보는 것보다 더 짜릿하고 즐겁다"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홉 살, 일곱 살 난 아들 딸 손을 잡고 들어선 박태균(35) 부부는 "아이들 방학을 맞아 개봉동에서 택시를 타고 왔다. 열대야를 이기는 좋은 피서 아니냐"고 심야상영 예찬론을 폈다.

스타식스정동이 패키지형이라면 구로CGV는 선택형이다. 10개 관에 총 2,289석 규모로 전관이 모두 새벽 3∼4시까지 불을 환하게 켜고 관객을 맞았다. 스타식스 정동이 세 편을 두 편 값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CGV와 MMC, 메가박스 등 대도시에 위치한 다른 멀티플렉스 극장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택가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극장은 인근 주민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편하다는 것이 매력이다. 구로 CGV 이연주 매니저는 "365일 언제나 '첫 차가 다닐 때까지'가 모토다. 관객이 적어도 영사기가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9관에서는 12명의 관객이 단출하게 앉아 '컨페션'을 관람했다.

영화를 본 뒤 택시를 달려 정동에 도착했다. 새벽 5시50분. 사방이 굳게 문을 잠그고 불을 끈 시각, 빗줄기를 뚫고 사람의 물결이 극장 출구로 흘러내렸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사진=박서강기자

●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극장

영화 제작자나 감독들의 불평 중 하나는 "극장에서 사운드나 화질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는 것. 크고 시원한 화면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첫째 이유이고, 조지 루카스는 사운드가 영화의 반이라고 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관은 어디일까.

★ 김홍준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

어릴 적에는 금성 성남 계림 등 재개봉관을 자주 찾았다. 요즘엔 메가박스 코엑스점을 자주 찾는다. 예전 대한극장이나 단성사의 큰 화면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운드가 크다는 것이 메가박스의 장점이다. 그러나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지 만족한다는 것은 아니다. 외국 멀티플렉스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은 단점이다.

★ 김지운 영화 감독

'장화,홍련'은 들릴 듯 말 듯한 중저음의 미세한 사운드, 중간톤의 색감이 매우 중요한 영화다. 웅장한 사운드를 즐겨야 할 블록버스터라면 메가박스 1관, '장화, 홍련'처럼 미세한 사운드를 밀도 있게 즐기려면 메가박스의 중간 규모관이 좋은 것 같다. 평소에는 아트선재센터의 아트시네마, 하이퍼텍 나다, 아트 큐브를 자주 찾는다. 기술적으로는 불만이 많지만 특별한 영화를 볼 수 있다. 랜드시네마도 괜찮은 편이라고 들었다.

★ 김형구 촬영감독

화면이 잘리면 촬영 감독은 가슴이 무너진다. '무사'는 '2.35(가로)대 1(세로)' 비율의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극장이 2대1 비율의 스크린을 갖고 있어 영화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메가박스나 CGV의 대형관은 이런 우려가 없다.

★ 차승재 싸이더스대표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즉 CGV나 메가박스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서라운드 사운드에 하울링(울림) 현상이 적다. 두 극장의 화질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메가박스의 사운드 구현 수준은 만족할 만하다.

★ 심재명 명필름 대표

동숭씨네마텍이나 시네코아를 자주 찾는다. 가깝기 때문이지만, 사실 음질이나 화질은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메가박스 1관은 스크린 크기가 큰데다 영사나 음향 상태가 만족스럽다.

★ 지미향 필름매니아대표

대한극장을 자주 찾는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회면이 시원스레 들어온다. 화질이나 음향 상태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스타벅스에서 마시는 차 한잔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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