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액션 영화 가운데 '나쁜 녀석들2'와 함께 가장 돋보이는 작품. '나쁜 녀석들' 시리즈를 만든 마이클 베이 감독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카메라로 강렬한 마이애미의 태양을 담아냈다면, '네스트'의 플로랑 에밀리오 시리 감독은 어둡고 묵직한 화면으로 물류창고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생생하게 극화했다.침체에 빠진 프랑스 액션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일단의 프랑스 액션영화와 궤를 달리하는 높은 완성도와 함께 '정치적으로 올바른' 주제 의식을 잡고 있어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노트북 털이에 나선 무장강도 일당이 인신매매조직 두목 호송에 나선 특수부대와 손잡고 마피아와 혈투를 벌인다는 설정이 황당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치밀하게 한 올 한 올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가 탁월하다.
나세르(사미 나세리)와 산티노(브누아 마지멜) 일당은 교외 물류창고에 잠입해 노트북을 훔치다가 난처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심야의 국도에서 마피아의 습격을 받고 쫓기던 특수부대가 창고에 들어온 것. 나세르 일당과 라보리(나디아 파레)가 이끄는 특수부대가 서로 총격전을 벌이다가 알바니아 마피아 조직의 공격으로 함께 고립될 때부터 영화엔 박진감이 넘치기 시작한다.
칠흑 같은 거대한 창고 내부와 바깥의 혁명 기념일 불꽃놀이가 대조를 이루면서 빚어내는 풍부한 질감의 화면, 대사를 절제하고 등장인물의 눈빛과 표정으로 영화의 긴장도를 높이는 카메라 기법, 컴퓨터 그래픽 등 잔기술을 배제한 정통 액션이 멋지게 어우러진다. '택시' 시리즈에서 우스꽝스러운 택시 기사 노릇을 했던 사미 나세리, 미하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에서 스승을 사랑하는 청년 역으로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누와 마지멜, '크림슨 리버'에서 빙산 산악인으로 나왔던 나디아 파레가 보여주는 탄탄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갇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전투, 죽음에 대한 공포를 전우애로 넘어서려는 몸짓이 '블랙 호크 다운'을 연상시킨다. 원제 'The Nest'는 말벌의 둥지라는 뜻.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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