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사문화도 영국식 모델로….'산업자원부와 재계가 1980년대 대처 총리가 주도했던 '영국식 개혁'을 그대로 원용한 노사관계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11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청와대가 바람직한 노사관계 발전 방향으로 '네덜란드 방식'에 무게를 두는 것과는 달리 산자부와 재계는 노조의 영향력을 크게 축소시키는 '영국식 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자부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의 의견을 수렴, '노사관계 발전방안'을 노동부에 전달했다. 산자부는 쟁위 행위 찬반 투표시 우편투표 허용 연대파업 금지 노조 지도부(노조 전임자)에 대한 특혜 축소 '유니온 숍' 규정 삭제 등을 촉구했는데, 모두가 대처 총리가 80년부터 90년까지 10년간 노동 관련법을 개정하며 관철시킨 내용들이다.
79년 정권을 잡은 대처 총리는 노동 개혁에 착수하면서 첫번째 작업으로 고용법을 개정, 조합원 투표 때 '비밀투표 의무화' 노조간부의 면책특권 축소 2차 피케팅(연대 파업) 불법화 등을 밀어붙였다. 특히 비밀투표를 의무화한 것은 조합원들이 군중심리에 휩쓸려 파업 결정에 무더기 찬성표를 던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는데, 산자부와 재계가 '우편투표제'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대처 총리는 또 90년에도 고용법을 개정해 노조원만 채용하도록 의무화하는 '클로즈드 숍(Closed Shop)' 제도를 폐지, 노조를 약화시키는 한편 불법파업에 따른 노조의 책임부담을 명문화했다. 산자부도 장기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채용 후 노조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유니온 숍(Union Shop) 제도의 폐지와 성실교섭 의무를 지키지 않은 노조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재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개별 인사관리 측면에서는 영국식 관행이 정착됐지만, 노조의 힘이 막강한 대규모 제조업 현장에서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70년대 노사분규로 연간 노동손실일수가 1,300만일에 달했으나 80년대에는 650만일로 감소했다"며 "한국에서도 영국식 노사관계의 정착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산자부와 재계의 주장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비민주적 방안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대처 총리가 주도한 노동개혁으로 영국 민간부문의 노조 가입률이 80년 56%에서 2002년에는 23%대로 떨어졌다"며 "효율성을 명분으로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영국식 관행이 도입될 경우 노동자의 삶의 질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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