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권 남용에 대한 여론을 물리치고 정부가 8·15 광복절 특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오기로 비추어지게 되었다. 지난 4월부터 광복절 특사 검토사실이 보도된 이래, 너무 잦은 사면과 엄청난 규모에 대한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14만명에 이르는 광복절 사면·복권안을 의결할 것이라 한다.사법부의 권위를 부정하는 사면권 남용에 대한 거부감도 그렇지만, 내용이 더욱 수용하기 어려워 사면권 불요론(不要論)이 보편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후보시절 "사면기준을 엄격히 해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더욱 의아한 생각이 든다.
사면 대상에는 각종 징계를 받은 전·현직 공무원과 선거법 위반사범 등 10만여명이 포함되는 반면, 혜택을 받아야 마땅할 교통규칙 위반사범 등은 제외되리라 한다. 그래서 정치적인 사면이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다른 범죄에 비해 공무원 범죄자 기소율과 실형 면제율이 월등히 높은 실정에 비추어 공무원에 대한 대규모 사면·복권 특혜는 현저하게 형평성에 위배된다. 특히 사면권 오·남용 시비 때마다 시민사회의 선거법 위반자 배제운동을 무시하는 양, 직전 선거사범까지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제정 이후 한번도 손질을 하지 않은 사면법이 근래 20여년동안 40차례가 넘는 사면선심의 한가지 원인이라는 보도(11일자 한국일보 8면)는 우리가 얼마나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떠들기만 하고 일과성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 이번만은 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밝혀내 확실하게 고치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이 기분 한번 내기 위한 제도'여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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