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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띄운 "PD일기"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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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띄운 "PD일기" 재밌네

입력
2003.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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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녕들 하시오. 오늘 더빙실에 마축지 이문식 폐인이 다녀가셨소. 감탄사 '니미럴'이 방송에 부적합하다 해서 다른 말로 대체하기 위해서였소. 더빙 마친 후 축지법으로 냅다 사라지려는 마축지를 붙들고 약조를 받아냈소. 5회 방송 나간 후 게시판에 글을 남기겠다고 했소."MBC 수사 사극 '조선여형사 다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면 이른바 '다모체'로 불리는 사극 말투로 매일 매일 새 소식을 전하는 조연출 김대진 PD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에 대한 감사에서 드라마 제작에 얽힌 뒷얘기까지 알뜰살뜰 전하는 김 PD의 글은 건 당 4만∼7만여 클릭을 기록하며 '다모' 열풍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 PD는 이서진 이문식 등 연기자들에게도 게시판에 글을 남기도록 독려하는가 하면, 시청자 의견 가운데 '오늘의 글'을 선정해 선물을 주기도 한다. 이런 열성 덕분에 김 PD는 연기자들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 게시판에 "김대진 도령은 결혼하셨소?" 따위의 글이 오를 정도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듯 PD는 연출로(만) 말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적극 나서는 PD들이 적지 않다. 일기나 편지를 쓰듯 다정다감하게 적어 내린 이들의 제작 후기는 화면 뒤의 세계에 관심 많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성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러브 하우스' 코너를 연출하는 김민식 PD는 iMBC 연예오락 채널에 '김PD의 연출 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시트콤 '뉴논스톱'을 연출할 때부터 써온 일기는 총 87편. "동구리(양동근의 별명)는 쇼 프로에서 망가지는 걸 극도로 싫어해 섭외했다가 낭패하는 경우가 많지요." 양동근이 '러브 하우스'에 출연했을 때 올린 글에서 보듯 그의 일기는 섭외 비화나 인기 연예인 인물 탐구 등을 흥미진진하게 전해 인기가 높다.

MBC '!느낌표'의 '아시아!아시아!' 연출자 이민호 PD도 '이PD의 제작일지' 코너에 외국인 노동자의 가족 방문기를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음악캠프'의 담당 PD도 무대 연출에서 카메라워킹, 가수 캐스팅 과정, 녹화 현장 분위기 등을 '제작 캠프'에 담고 있다. '제작 캠프'를 시작한 신정수 PD가 지난달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기자 후임인 권석 PD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조연출 김상미 PD도 매주 화요일 녹화가 끝나면 홈페이지에 장문의 녹화 스케치를 띄운다. 리허설 장면부터 녹화 중간의 사소한 NG, TV 화면에는 비치지 않는 객석의 다양한 반응 등을 담아 공연장에 가지 않고도 생생한 현장감을 맛볼 수 있다. 김 PD는 "일이 바빠 글을 늦게 올리면 네티즌의 독촉이 쏟아진다"며 "'녹화 후기'가 단순히 공연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제작진이 이만큼 우리를 배려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해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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