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비서실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양길승씨 향응파문 조사를 놓고 언론이 제기한 축소·은폐 의혹에 대해 거세게 항변했다. 문 수석은 우선 청와대가 문제의 술자리에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들이 참석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를 "보호 받아야 할 사생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문 수석은 이어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이런 문제에 아무런 분별이 없다"면서 "술자리 참석 자체가 큰 의혹인 것처럼 마구 써댔다"고 말했다. 문 수석은 그러면서도 특수 관계인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친구가 감찰 대상에 포함되는지, 그들이 향응에 참석한 배경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나아가 문 수석은 1차 조사 때의 부실 논란에 대해 "(문제 인물에 대한) 비호 의혹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 양 실장을 추궁해 비리예방 기능을 적절히 수행했다"고 강변하고 "결과적으로 민정수석실의 문제제기로 양 실장이 옷을 벗게 된 셈이어서 참으로 미안하다"며 또다시 동정론을 폈다. 이 같은 주장은 이호철 민정1비서관이 최초의 보도직후 "단순한 술자리라고 생각해 참석자 면면이나 술값 등은 파악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문 수석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당시 중앙 언론들은 기사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수석은 '4월 술자리'를 2차 조사결과 발표 때 제외한 것과 관련해선 "조사 대상은 언론이 문제 삼은 6월28일의 술자리였다"면서 "이 술자리는 징계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 사생활이었기 때문에 인사위원회에 올린 보고서에서 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서도 술자리가 향응성이었는 지 여부, 술값은 얼마였고 누가 냈는지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한편 문 수석은 메일을 통해 기자들의 전화취재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표출하기도 했다. 문 수석은 "기자들의 전화를 직접 받는다"면서 "문제는 새벽부터 밤 12시가 넘도록 전화를 하는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문 수석은 "휴가중이던 지난달 31일 오전 7시께 수안보에서 잠에 빠져 있을 때 전화가 와 아내가 '바꿔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면서 "그랬더니 그 기자는 기사를 쓰면서 '향응 파동 속에 민정수석실은 휴가다, 한마디로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모 경제신문에 이 같은 기사가 보도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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