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속곳, 속속곳, 속바지(또는 고쟁이), 단속곳, 너른바지, 무지기, 대슘치마(백비치마)…. 조선시대 여인들은 이런 속옷 일고 여덟 가지를 껴입고 겉치마를 입었다. 여성의 겉옷 위로 속옷 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요즘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국립민속박물관(관장 이종철)이 13일부터 9월29일까지 여는 '생활 속에 담긴 우리 옷의 발자취'는 관혼상제 의례복이 아닌 평상복을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오랜 기간을 더듬는 전시로는 처음이다. '언제나 영원한 우리 옷' 등 5개 주제로 이뤄진 전시는 우리나라 여성의 치마·저고리와 남성의 바지·저고리로 통칭되는 의복 변천사와 각 시대의 옷에 담긴 아름다움을 비교해 보여준다.
여성 생활 옷의 특징 중 하나는 철사와 고래뼈 등을 이용해 인체의 곡선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서구 옷과 달리 속옷을 이용해 겉옷 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조선시대 미인도에서처럼 엉덩이 부분이 풍성해 보이고 발목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항아리 실루엣도 속옷을 이용한 패션이다.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삼국시대에 유행했던 옥충식 치마. 신라 금관총에서 확인한 기록을 토대로 재현한 이 치마는 비단벌레의 날개를 꽃무늬 모양의 장식품으로 만들어 옷감에 붙인 옷이다.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발굴 보고서와 발굴자 회고록에는 이 무덤에서 비단벌레 날개가 장식된 붉은색 비단 직물이 많이 나온 것으로 돼 있다.
미국의 팝스타 마돈나가 선보였던 속옷 노출 패션도 이미 18세기에 우리 땅에 있었다. 영·정조 시대에 저고리 부분이 짧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허리부분의 속옷이 노출됐는데 이는 허리를 시원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전시를 주관한 김영재(43) 박사는 "우리 옷의 기본 구조가 각 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했는지를 추적함으로써 선조들의 미의식과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의복 200여 점과 함께 비단, 베, 모시, 면 등 직물을 선보이며 간이베틀을 설치해 직조 원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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