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도 안중근 의사(1879∼1910)를 추앙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해마다 그를 기리는 축제가 열리는가 하면, 그의 업적을 연구하는 정치인 스터디 그룹도 있다. 죽음 앞에서 당당했던 영웅적 면모도 감동적이지만, 무엇보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한 그의 사상이 한 세기 가까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MBC가 광복 58주년을 맞아 일본 후지TV와 공동으로 특집 다큐멘터리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17일 밤 11시30분)를 제작했다. 단순한 일대기 회고에 그치지 않고 '상생'의 동양 평화를 꿈꾸었던 안 의사와 '동양 평화'라는 거짓 구호를 앞세워 '상쟁'의 길을 열었던 이토 히로부미의 역사관을 대비해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기획 취지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에서는 근대 국가의 기반을 수립한 탁월한 정치 지도자였지만, 안 의사의 눈에는 식민 전략을 주도하며 아시아의 평화를 짓밟은 '간웅'일 뿐이었다.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저격한 안 의사는 뤼순 감옥에서 역저 '동양평화론'을 집필하고, 법정 최후 진술에서 "이토가 있으면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게 하고 한일간이 멀어지기 때문에 한국 의병 중장의 자격으로 죄인을 처단했다"고 당당히 밝혔다.
제작진은 두 사람의 역사적 행적을 추적, 상극의 세계관이 어떻게 싹트고 발전했는지를 밀도 있게 그렸다.
또 중국 조선족 교수의 도움을 받아 논란이 돼온 하얼빈역의 플랫폼과 역사의 거리 실측 등 현장 검증을 통해 저격 당시 상황에 관한 여러 의문점을 풀었다.
이밖에도 다양한 8·15 특집 프로그램들이 광복절을 전후해 안방을 찾는다.
MBC는 14,15일 밤 특별기획 3부작 '참된 보수를 찾아서'를 방송한다. 정치는 물론,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소모적 싸움을 거듭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편가름 실태를 짚어보고, 한국의 보수가 걸어온 길과 이와 대비되는 프랑스 사례 등을 통해 진정한 보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또 15일 오후 5시20분부터 90분 동안 도라산역에서 열리는 '8·15 특집 평화 콘서트'를 생방송한다.
KBS 1TV는 일본인 사진작가의 활동을 통해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현실을 짚어보는 '스즈키 겐지의 한국의 히로시마'(15일 오전 10시55분), 일제가 조선 및 만주 지배의 모델로 삼기 위해 1920년 군산 옥구에 320가구의 일본 농민을 이주시켜 건설한 '불이농촌'(不二農村)을 집중 조명한 '일인들의 이상향, 호남평야 불이농촌'(14일 오후 10시)을 방송한다.
2TV는 캄보디아와 일본, 한국에서 각각 아시아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다큐 '함께 가는 아시아'(15일 오전 10시40분)를 준비했다.
EBS도 15일 '마지막 황제'의 작가 에드워드 베르가 쓴 책을 바탕으로 히로히토 일본 천황의 실체를 파헤친 '히로히토, 신화의 뒤편'(오후 1시), 가미카제의 탄생과 활동 전말을 추적한 '자살특공대 가미카제'(오후 2시10분)를 방송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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