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바그다드 시내 요르단 대사관 앞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이라크 전후 불안정이 심화하는 새 국면을 열었다는 관측이 나와 미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 우려는 이라크 내 미군과 군사적 목표물로만 한정됐던 반군 및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이 미국 지원세력과 민간시설물, 즉 소프트 타깃(soft target)으로까지 확대된 데서 비롯됐다.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라크내에서 대미 성전(지하드)을 수행하려는 외국 테러리스트들과 이라크 테러 집단들의 활동이 강화할 것으로 보여 미국은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 같은 전선 확대는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와 이라크 경찰에게 치안의 상당 부분을 이양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지연시키는 등 전후 이라크 통치 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확대되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선
이라크 내 미 육군 총책임자인 리카르도 산체스 중장은 "이라크전에서 미국을 지원한 요르단측 대사관을 목표로 한 이 사건은 최악의 소프트 타깃 테러"라고 규정했다. 물증은 없지만 이번 공격이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며 소프트 타깃 방어를 위한 새 대책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뉴욕 타임스는 "사담 후세인 정부의 잔당세력, 페다인 민명대 뿐만 아니라 이라크 국내외 테러리스트들도 미군의 적"이라고 전했다.
이 지적들은 미국이 반군을 소탕한 후에도 외국에서 몰려드는 지하드 전사들과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또 다른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경고이자 이라크에서 '인티파다'(민중 봉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런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징후들은 최근 잇따랐다. 미군은 시리아 사우디 예멘 등지의 알카에다 전사들이 이라크로 잠입한다는 첩보에 따라 6월 말 시리아 국경지역의 캠프에 폭격을 가했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알 카에다와 연계가 있는 '안사르 알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최근 활동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미 전후 계획 차질
전선 확대는 이라크인들에게 점차 권력을 이양해 주둔 미군 규모를 줄이려는 미국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라크 전역에 3만3,000명의 경찰과 수천명의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와중에 터진 이 사건이 치안권 이양계획을 부적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산체스 중장이 향후 2년간 이라크에 주둔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미군은 또 민간인들의 희생을 낳는 소프트 타깃 공격이 이라크 과도통치위에 대한 이라크 민중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군을 상대로 한 저강도 게릴라전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일과 7일 잇따라 바그다드 시내에서 발생한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짐에 따라 미국이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한 5월 이후 미군 전사자는 모두 56명으로 늘었다.
이라크인들의 대미 적대감도 마찬가지이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미군이 회교사원 앞에서 맥주를 마시고 코란의 일부 구절이 인쇄된 아랍어 신문을 화장실용 휴지로 사용하고 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사실로 믿고 있다. 미군에게는 이라크 전후 처리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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