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사키 치히로 글·그림 프로메테우스 발행· 1만원·0∼4세비가 내리는 날 처음으로 혼자 집을 보는 아이의 마음과 세상의 모습을 맑은 수채화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엄마를 기다리면서 바라본 비 맞은 세상은 온통 빗물에 번져 버린 수채화 물감 같다. 간단한 줄거리지만 아름다운 색 번짐으로 유명한 작가의 그림은 백마디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엄마는 어디까지 갔을까? 마음을 담아 띄워본 녹색 풍선. 하지만 금방 돌아오겠다던 엄마는 오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집. '도레미파솔라시도' 무서움을 잊으려 피아노를 눌러보니 어느 새 빗방울도 노래를 하고 있다. 비에 젖은 꽃잎이 오늘따라 이상해 보인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에 놀라 커튼 뒤에 숨어 버린 아이. 밖은 점점 어두워지고 하루가 저물자 아이는 뿌듯하게 속삭인다. "전화야 소리 내봐 한번 더. 혼자서 집 보기 해냈단 말야."
금방이라도 빗소리가 들려올 듯 은은하고 시원한 그림과 주인공이 던지는 짧은 한마디 한마디는 어느덧 아이들을 주인공이 혼자 지키는 비 속의 집으로 데려간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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