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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샤먼의 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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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샤먼의 코트

입력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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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레이드 지음·윤철희 옮김 미다스북스 발행·1만3,500원시베리아. 모스크바 동쪽 우랄산맥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거대한 땅. 지구상 육지 면적의 12분의 1을 차지하는 시베리아는 겨울 평균 기온 영하 30∼40도, 뼛속까지 얼어붙는 추위의 동토 지대다. 제정 러시아 시대 정치범의 유형지, 구소련 시절에는 스탈린의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높았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그러나 러시아인이 시베리아에 발을 들여놓은 16세기 말 이전부터 살아온 원주민은 언제나 관심권 밖이었다. 러시아의 정복 이전에 30여 민족 25만 명 가량이 수렵과 목축으로 살았다. 현재 시베리아 원주민은 160만 명.

'사라진 시베리아 왕국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샤먼의 코트'는 러시아의 침략 이후 시베리아 원주민들이 겪어온 고난의 세월 400년을 극적으로 설명한다. 영국 출신의 러시아 사학자인 지은이는 시베리아의 서쪽 입구인 오브강에서 동쪽 끝 캄차카 반도까지 가로질러 여행하면서 원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역사와 전통, 오늘을 기록했다.

지은이의 관점은 '시베리아를 시베리아인에게'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오늘날 시베리아 샤머니즘의 상태가 러시아 통치 아래 있는 시베리아의 정체성과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라는 신념을 갖고 시베리아를 횡단한다. 샤머니즘은 시베리아 원주민의 정신적 뿌리이며, 샤먼의 코트는 그 영험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지은이는 2000년 시베리아 여행에서 9개의 대표적 민족을 만났다. 타타르, 한티, 부랴트, 투바, 사하, 아이누, 니브하, 우일타, 추크치족이다. 용맹하기로 이름 난 추크치족이 오늘날 술주정뱅이로 전락한 데서 드러나듯, 원주민들의 전통문화는 크게 약해졌으며 그들의 현재는 민족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열악하다. 처음 모피를 찾아 시베리아로 온 러시아인들은 매독과 천연두를 퍼뜨렸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약탈과 살인, 성폭행도 원주민 사회를 파괴했다. 지금은 석유를 노리는 외지인들의 탐욕스런 시선이 그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구소련 시절의 잔인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샤머니즘은 지금도 그들 민족적 정체성의 끈을 잇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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